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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손의료보험 청구방안 개선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2018.03.15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박명희 동국대 명예교수·소비자와 함께 대표

박명희 동국대 명예교수·소비자와 함께 대표

온라인 메신저로 축의금을 보내고, 집 밖에서 가스 밸브를 잠글 수 있는 시대다.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 등 새로운 정보기술(IT)이 등장해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청구시스템은 여전히 복잡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자신이 진료를 받았던 모든 병원을 방문해 진료기록 서류를 떼고 이것들을 정리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직접 제출이 어려울 경우에는 팩스나 우편으로 발송하기도 한다. 서류들을 제출하고 나면 보험사는 이 서류의 진위 여부를 검토한 뒤 지급 가능한 보험금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통장에 보험금을 입금해준다.
 
실손의료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민간 보험상품이다. 가입자만 약 3300만 명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고 서류를 제출해 보험사에 내고, 보험사도 이를 일일이 확인해 보험금을 입금해주는 만큼 번거로움과 행정 낭비 등이 가중되는 상태다.
 
물론 휴대전화를 이용해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층의 가입자가 휴대전화를 이용하기가 쉽지도 않다. 게다가 제출한 사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험사에서 부득이하게 종이 서류제출을 다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해 의료비 액수가 크지 않으면 가입자 스스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도록 불편한 제도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하게 된다. 의료기관도 진료내역 및 관련 통계가 전산화되고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편리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 진료 관련 서류를 발급하고 전달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의 간소화와 전산화는 대다수 국민에게 이익이다.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보험사는 의료기관에서 보험금 지급심사에 필요한 진료정보만을 받아 정확하고 빠른 업무처리로 소비자 민원을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도 보험금 청구서류 발급과 관련한 업무 부담을 줄여 환자를 위한 다른 서비스에 인력과 비용·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과 관련해 빠지지 않는 말이 ‘소비자 편익’이다.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고 받을 수 있는 것만큼 손에 잡히는 편익은 없다. 복잡한 보험금 청구절차를 간소화하면 변화의 혜택은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 명백하다. 제도 개선을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명희 동국대 명예교수·소비자와 함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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