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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박원순, 3선 시 임기완주 묻자 “허튼 질문 … 예측 어려워”

중앙일보 2018.03.14 00:16 종합 26면 지면보기
강민석의 정치속으로
여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쇼트트랙 경기를 빼닮았다. 출발 때는 여러 후보가 난립했으나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몇몇이 삐끗해 레이스를 이탈했다. 미투(#Me Too) 폭로로 인해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가만히 있던 세 사람(박원순- 박영선- 우상호)이 맨 앞에 남았다. 현재로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우세다. 민주연구원 김민석 원장은 ‘비정치적 정치거물’의 서울시장 당선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경험을 토대로 하는 말이다.
 
실제로 역대 조순·고건·이명박 시장이 그런 모델이다. 정치인이지만 정치색채는 엷고 6년간 행정가 이미지를 쌓은 박원순 시장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전례만 얽매이면 ‘노무현 현상’ 같은 첫 번째 모델은 아예 예측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경선주자 3인을 지난주 만났다.
 
#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 거실에 청년 30여명을 초청해놓고 박원순 시장이 북(『몰라서 물어본다』) 콘서트를 진행 중이었다. 사실 북 콘서트라고 이름 붙인 행사를 하기에 ‘민망한’ 장소였다. 3선 도전에 나선 상황이었지만 콘서트에선 선거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 박 시장에게 물어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 콘서트를 아주 좁은 곳에서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큰 것은 요란하기만 하고 내실이 없다.”
 
당 일각에선 ‘3선 피로감’을 얘기한다.
“정치인에게는 임기가 있을지 몰라도 시민 삶에는 임기가 없다. 뉴욕 블룸버그 시장, 파리 들라노에 시장 모두 10년 이상 시장을 해서 빛나는 글로벌 도시로 성장, 전환시켰다. 초·재선 때는 저를 굉장히 탄압하던 다른 정권하에서의 6년이다. 이젠 생각과 비전이 같은 정부, 대통령과 신나는 여정을 할 단계다.”
 
안철수 전 의원에게 부채의식은 없는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보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위상이 굉장히 달라졌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후보로서 뛰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인간적 관계와 공적 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시장을 만나기 전부터 궁금했던 게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하면 4년 임기를 채울 것인지 여부였다. 다음 서울시장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임기를 다 채우면 2022년 대선(5월)을 건너뛰어야 한다. 박 시장이 임기를 다 마치겠다고 대답하면?
 
‘안희정도 갔는데, 박원순까지?’라는 말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임기를 다 안 채우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아직 먼 얘기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는 안철수 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택하면 똑같이 받아야 할 질문이다.
 
3선 성공 시 4년 임기를 다 채울 건가.
“서울시장이란 엄중하고, 중대한 자리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시민들의 삶의 질, 글로벌 도시의 위상을 갖는 일에만 올인할 생각이다.”
 
그건 답을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올인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올인’은 시정에 전력투구한다는 뜻이다. ‘기간’의 의미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Yes’라고 하면 될텐데 그런 답변은 아니지 않나.
“허허허. 서울시장으로서의 성취가 저의 정치적인 운명을 가른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선을 위해서는 서울시장보다 총리라든지, 당 대표, 경남지사로 가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의 발전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대선에) 불리하더라도 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3선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임기를 다 채울 거냐, 대선에 아직도 관심이 있냐, 이런 것은 허튼 질문이다.”
 
대선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선거 나올 분에게 임기를 다 채울 건지 묻는 게 왜 허튼 질문인가.
“부수적이고 종속된 거다. 사실 대선을 위해서라면 서울시장을 두 번 하나 세 번 하나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행정가로 묶여 훨씬 더 손해가 많다. 그런데도 왜 당신은 서울시장을 하려 하냐, 무슨 성취를 이루려 하냐고 하는 게 더 중요한 질문이다. 임기는 당연히 채우는 게 전제가 돼 있다. 그 이후의 문제는 사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걸 제가 확고히 할 거냐 말 거냐는 종속적인 질문이라는 거다.”
 
이 이상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박 시장이 스스로 중요한 질문이라 규정한 질문을 던졌다.
 
대표 정책 두 가지만 소개해 달라.
“딱 세 가지 말씀드리겠다. 첫 번째는 사랑에 투자하겠다. 마음껏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기르도록 연간 1만7000호의 주택을 신혼부부들에게 공급하고, 5년간 1만 명의 보육도우미를 공급하겠다. 둘째는 혁신성장 프로젝트다. 마이스(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와 이벤트관광), 도심제조업, 바이오메디컬, 문화예술 콘텐트 등에 집중하겠다. 세 번째는 평화투자다. 평양과 서울의 교류를 확대하겠다.”
 
# 9일 저녁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박영선 의원의 출판기념회(『박영선, 서울을 걷다』)에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지만 민주당 동료의원 수십명이 참석했다. 야당의원 시절 박 의원은 ‘전투력’에 관한 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그런 박 의원이 박 시장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박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데.
“박 시장은 올망졸망한 일에 너무 오랜 시간을 썼다. 도시 전체를 보는 큰 눈이 부족했고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 작은 그림, 정책들은 구청장이 하고, 서울시장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박 시장은 실질적으로 구청장이 해야 할 일을 한 게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그런가.
“미세먼지 문제만 봐도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하루 50억원씩 예산을 허공에 날려버리느니, 그 돈으로 수소충전소를 만들었다면 미세먼지도 해결하고 전기에너지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대부분이 노태우 정부 시절 만들어져 30년을 넘어가는 시점인데 부동산 문제도 대비가 소홀했다. 국토교통부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면서 강남재개발을 갑자기 허가해 준 것은 3선을 해야겠다는 급한 생각에서 아닌가. 2017년도 12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서울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쇠퇴하고 있다.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서울의 3040대가 월세값·전세값을 못 이겨 한달에 1만2000명씩 경기도로 빠져나간다. 서울은 위기상황이다. ”
 
박 의원이 서울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나.
“서울의 쇠퇴를 막으려면 새 사람, 새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추진력이 있다. 국회에서 금산분리법을 통과시켜 재벌개혁에 실질적 성과를 이뤘고, 검찰개혁을 위해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는 성과를 이뤄냈다. 최순실 청문회에서도 제가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국정농단)사실을 밝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BBK문제도 2007년 이슈로 제기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99.9% 사실로 밝혀졌다. 서울시장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사람이 되면 선한 리더십의 문재인 대통령과 보완재가 안 된다. 강한 추진력으로 문재인 정부를 서포트해야 한다.”
 
# 7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가장 늦게 경선에 뛰어든 우상호 의원은 출판기념회 겸 북 콘서트를 출정식을 겸해서 치렀다. 콘서트 즈음해서 만난 우 의원은 박 시장을 겨냥해 ‘강남시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조사에서 현재 3위인데.
“지형이 출렁거릴 계기는 여러번 있다. 지금처럼 여러명이 나열해 있으면 잘 보이질 않는다. (3자구도로)한번 정리되면 경선판이 움직일 거라고 판단하면서 호남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내 판단으론 바닥이 크게 변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불만과 교체여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불만인가.
“강남 중심의 부동산 개발과 재건축 허가로 문재인 정부의 8·2 종합대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강남 집값 폭등의 요인을 제공했다. 세간에서는 ‘강남특별시장’으로 소문나 있다. 비강남지역 구청장이나 시의원의 불만이 팽배하다. 강남북 격차가 벌어지고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행복지수가 세계 주요도시 중 꼴찌를 다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지난 6년간 하지 못한 일을 앞으로 4년간 해낼 거란 기대가 높지 않다.”
 
그래도 박 시장이 지지율 1위다.
“야권에서 안철수 후보가 나오면 박원순 시장이 질 수 있다. 선거는 주도권이 중요하다. 나는 안철수한테 빚진 게 없다. 실종된 안철수의 새 정치를 집중공격하며 공세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다. 반면 박 시장은 빚진 게 있다. 빚진 사람이 공세적으로 하면 야박해 보인다. 나는 시민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주거와 보육문제로 승부를 걸겠다. 박 시장은 주택문제에서 담대한 정책을 펴지 못했다. 나는 대규모 보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 우상호의 장점은 청와대와 정부, 국회와 네트워크가 튼튼하다는 데 있다.”
 
박영선- 우상호 의원의 부동산 정책비판과 관련, 박 시장은 “특별히 강남 중심의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남 집값 폭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활성화라는 정책 아래 벌어진 재건축 연한 단축(40년→30년), 초과 수익 환수 유예, 공공임대 건축비율 낮추기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우 의원의 북 콘서트는 의원이 60여명 참석해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눈에 띄는 장면은 박영선 의원이 하객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경선룰은 ‘일반국민 여론조사(50%)+권리당원 여론조사(50%)’다. 1차에서 50%득표 미만이면 2차(결선)여론조사 투표를 할 계획이다. 박 의원의 등장은 두 사람이 결선에서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박 시장은 현재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다자, 양자대결 모두 1위다. 하지만 50%는 넘지 못하고 30%대를 기록하고 있어 결선투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박 시장이 지난 6년간 쌓은 성은 공고하다. 조금 있으면 ‘대세론’이 나올 판이다. 하지만 난공불락(難攻不落)일까. 자유한국당이 서울에서 개점휴업상태에 있고, 안철수 전 의원의 장고가 계속되는 사이 박영선- 우상호 의원이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공성전(攻城戰)을 벌이기 시작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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