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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1위, 독8·미3·일2·한0

중앙일보 2018.03.14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독일 프랑크푸르트·뮌헨 등 주요 도시엔 소비자가 원할 때 전기차를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드라이브나우’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원하는 전기차 모델을 골라 결제하면, 가까운 ‘드라이브나우 존’에 전기차가 대기해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른 지난해 말 기준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부터 5위까지는 BMW(21%)·폴크스바겐(13%)·르노(11%)·벤츠(9%)·테슬라(9%) 순이다.독일 기업만 3곳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차량공유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 5일 이 회사 지분을 매각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차량 공유 사업에서 입지를 높이려 했지만,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드는 등 ‘4차 산업혁명 띄우기’에 나섰지만, 한국의 차세대 산업 경쟁력은 선진국에 한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정책당국의 ‘치적 쌓기용’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산업별 경쟁력 1위 국가

4차 산업혁명 산업별 경쟁력 1위 국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13일 한국과 중국·일본·미국·독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해외 경쟁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2주간 전 세계 59개국 현지 기업인과 연구원 9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 독보적 1위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총 12개 산업 중 전기차·자율주행차, 스마트선박, 첨단 신소재, 차세대 에너지 등 8개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국은 3개(항공·드론, 가상·증강현실, 차세대 반도체), 일본은 2개(로봇·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한국은 단 한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은 뚜렷한 목표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도로 지난해 11월 발표한 ‘4차 산업혁명 큰 그림1.0’을 보면, 개별 산업에 대한 기술 개발 계획을 나열한 수준이다. 미국의 혁신제조파트너십(AMP 2.0), 독일 인더스트리 4.0, 일본 4차 산업혁명 선도 전략 등에는 ‘스마트 기술을 통한 전통 제조업 혁신’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개별 부처가 관할하는 업무를 단순 종합하다 보니,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는 수준의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 생산에 반영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그다음엔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따라오는 것”이라며 “한국은 부처의 성과를 보이기 위한 기술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구글·아마존·테슬라 등 대기업이 신기술 혁신을 주도한다. 중국도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대기업이 선두에 서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와 재벌 개혁 이슈에 발목 잡혀 미래 기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이란 것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가전과 스마트홈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도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의 실효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규제 완화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에도 혁신적인 기술·상품·서비스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기업이 책임지는 법 조항이 뒤늦게 추가됐다. 이는 기업의 혁신적인 시도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기업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AI 인재난’을 호소해 왔지만, 교육과 차세대 일자리가 연계된 혁신 교육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R&D만이 아니라 사람에도 투자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재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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