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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샷] 구혜선 닮은 신부와 조인성 닮은 신랑

중앙일보 2018.02.15 15:00
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컷(41) 양유술·이영숙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 이번 편은 양유술, 이영숙 부부의 딸 양다혜 씨가 응모했습니다. 
 
58년 개띠 두 분이 만나 25살 개띠해에 시집·장가를 갔습니다. 구혜선을 닮은 신부와 조인성을 닮은 신랑이 결혼한 거죠. 시크한 엄마, 아빠의 표정을 보면 두 분이 이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군인이신 아빠는 미인 엄마를 만나 일찍 결혼했다고 합니다. 신혼여행은 설악산으로 다녀오셨습니다. 이때만 해도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는 않았나 봅니다. 두 분은 결혼하고 최전방 인제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빠 직업 때문에 결혼하고 20번 넘게 이사를 한 저희 부모님. 엄마는 결혼식 당일,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아셨을까요?
 
엄마, 아빠와 계곡으로 떠나는 여행은 제가 젖먹이 때부터 고등학생까지 계속됐습니다. 아빠는 저희와 함께 놀아주느라 개그맨이 따로 없었어요. 개다리춤도 '영구 없다~'도 모두 아빠에게 배운 거랍니다.
 
아들만 낳으신 할머니는 엄마에게 아들을 못 낳았다고 가끔 구박도 하셨지만, 아빠는 엄마가 상처받으실까 봐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셨죠. 딸바보 우리 아빠. 이제 두 딸 모두 결혼해 자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이 사진을 보니 올여름엔 꼭 온 가족 계곡 여행을 추진해봐야겠습니다.
 
저희 아빠는 육군 장교 군인이셨습니다. 부대에서 몇백 명의 장병과 함께 나라를 지키셨죠. 군인 아저씨들에게는 엄하고 무서운 분이셨지만 저희에게 아빠는 마냥 부드럽고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광주에 가면 안아주시고 손을 잡아주십니다. 이날도 주말에 바닷가에 놀러 가서 아빠와 함께 즐겁게 놀던 모습이 담긴 추억의 사진입니다.
 
우리 가족은 매주 주말이 되면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차였던 회색 엑셀을 타고 바다며 산이며 놀러 갔지요. 아빠는 저희에게 많은 체험과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팔도강산을 주말마다 다녔습니다.
 
아빠가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가 준비한 맛있는 간식을 들고 출발했습니다. 아빠는 운전하면서 주전부리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뒷자리에 앉아 아빠 입에 오징어 땅콩을 하나씩 넣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진은 설악산에 놀러 갔던 날이네요. 이날은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가 동해 바다에 가서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경험을 하게 해줬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면 선장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회를 떠줬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회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 다시 저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랑 낚시도 하고 회도 먹고 더운 날 바닷가는 저희에게 재미난 놀이터였습니다. 엄마는 아빠와 저희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셨지요.
 
군인가족의 묘미입니다. 30사단 필승부대에 아빠가 근무할 때였는데요. 사단장 아저씨가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군인가족을 대상으로 스케이트 대회를 열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스케이트부터 목폴라 등 장비를 구입해서 한 달 동안 가족 모두가 매일매일 맹훈련을 했습니다. 걸음마도 못 하던 엄마, 아빠. 이날 결국 우승을 하셨답니다. 우리 엄마, 아빠 대단하죠?
 
개띠 동갑내기 부부가 딸 둘을 낳았고 두 딸이 시집을 가면서 사위와 손주를 보셨습니다. 세 번째 손주 이하임 양의 백일 잔칫날 사진입니다.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까지 손주 백일잔치를 한다고 하니 단숨에 달려오셨네요.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하는 두 딸에게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 엄마, 아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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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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