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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초등학생 손주에게 "한글 뗐니" 다그치지 마세요

중앙일보 2018.02.15 09:00
손주·조카 등과 명절 만남 앞서 알아둘 초·중·고교 변화는 
명절 연휴에 조카·손주·사촌 등을 만나면 이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쉽사리 하게 된다. 올해 초·중·고교에서 달라지는 점들을 몇 가지만 알아두면 대화의 여지가 커진다.
 
우선 올해는 초3, 4학년과 중1·고1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지난해 초1, 2학년에 처음 적용됐는데 확대되는 셈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다.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습량은 줄이고 수업 방식은 교사가 아닌 학생 중심으로 바뀐다. 교육과정이 바뀌는 만큼 교과서도 싹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초·중·고교 현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고교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 같이 배워
새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고교다. 올해 고1 교육과정엔 공통과목이 도입된다. 국어·영어·수학, 그리고 한국사·통합과학·통합사회·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과목이다. 2학년 초 문·이과 구분에 앞서 고교생이 공통으로 사회·과학을 배우게 하자는 취지다.  
 
교과서 분량과 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고교 국어 교과서는 국어Ⅰ·Ⅱ 두 권에 총 540쪽 분량이었다. 올해 고1이 배울 새 교과서는 410쪽짜리 한 권으로 줄었다. 대신 매 학기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한 학기 한권 읽기’ 활동 내용이 포함됐다.
공통과목 중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새롭게 쏠리는 것은 신설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이다. 통합사회 교과서에는 인권·정의·행복 등 기존의 여러 사회 교과서 속 지식을 아우르는 융합적 주제가 담겼다.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논거로 세계사·윤리·지리 등 다양한 교과 지식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통합과학 역시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기존 과학 교과서에 담긴 개념과 원리가 토론 주제를 중심으로 재구성됐다. 여러 교과의 지식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영화 등 일상적 소재와 접목해 과학에 대한 흥미도를 높였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서울 동북고의 통합사회 수업 모습. 동북고는 국어 수학 도덕 사회 등 여러 교과 교사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하는 수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해왔다. [중앙포토]

서울 동북고의 통합사회 수업 모습. 동북고는 국어 수학 도덕 사회 등 여러 교과 교사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하는 수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해왔다. [중앙포토]

교사들은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해 “학교와 교사의 준비도에 따라 수업의 질이 현격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효근 하나고 과학교사는 “주제에 맞춰 여러 교과 속 개념을 재구성한 점이 돋보인다”면서도 “교사 간 협업이 쉬운 학교에서  융합 수업에 관심 많은 교사가 통합과목을 맡는다면 토론 등 학생 중심 수업이 가능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교과서를 개별 과목으로 분리해 기존처럼 여러 교사가 제각각 수업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코딩 필수과목, 자유학기제 확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그간 한 학기 동안 객관식·단답형 지필고사를 보지 않고 진로 체험 활동 등을 하는 자유학기제의 확대적용과 소프트웨어(SW) 교육의 의무화다.
 
현재 중학교에서는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대신 토론·실습·체험활동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자유학기제를 한 학년 전체에 1년간 적용하는 자유학년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3210개 중학교 가운데 1470곳(46%)에서 자유학년제를 시행 중이다.  
 
이창희 상도중 과학교사는 “대다수 학생·학부모가 자유학기제(또는 자유학년제)가 시행되면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아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수를 산출하는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을 뿐, 학습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하는 형성·단원·수행평가 등은 자주 치른다”며 “이런 수시평가의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도 기재된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소프트웨어(SW) 과목도 필수로 배운다. SW 교육은 C언어 등 컴퓨터 언어를 익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구조를 익히고 직접 제작해보는 수업이다. 지난해까지 선택과목이던 정보 교과를 과학·기술가정·정보 교과군으로 조정해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SW 교과는 신설과목인 만큼 학생·학부모 관심이 뜨겁다. 일부 학부모는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최근 서울교육청의 학원·교습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코딩 학원과 교습소는 2015년 3곳에서 지난해 25곳으로 크게 늘었다.
SW 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관심과 불안감에 편승한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이 크게 늘었다. [중앙포토]

SW 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관심과 불안감에 편승한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이 크게 늘었다. [중앙포토]

하지만 교사들은 “SW 교육은 학생 각자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게 관건”이라며 “지식을 암기하는 교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김현 휘경여중 정보 교사는 “사실 학교에서 가르치는 SW 수업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JAVA나 HTML처럼 복잡한 명령어를 학생이 암기해 입력하는 게 아니라, 명령어를 포함한 블록 형태의 아이콘을 마우스로 끌어다 맞추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손쉬운 비주얼 프로그램의 활용법을 알려주면 학생들이 30분도 안 돼 간단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한글 교육 강화, 안전 교육 신설
초등학교는 올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1~4학년까지 적용된다. 초등학교 신입생은 한글을 모른 채 입학했다고 전제하고 연필 잡기부터 자음과 모음 쓰기 등 기초부터 가르친다. 서울교육청은 초1, 2학년을 대상으로 ‘숙제 없는 학교’도 운영한다. 학습 진도를 넘어선 과도한 숙제는 학생이 부모의 도움을 받게 하거나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 신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사고선박 탈출 체험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 신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사고선박 탈출 체험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체계적인 안전교육도 실시된다. 초1, 2학년은 ‘안전한 생활’ 과목을 신설해 체험활동 중심으로 매주 1시간씩 체험 중심의 안전 교육을 받는다. 초3, 4학년은 체육·실과 등 관련 교과의 한 단원으로 ‘안전’에 대해 다룬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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