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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대 압박이 평화다

중앙일보 2018.02.15 00:03
강원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강원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에서 대북 압박 행보를 보이며 북한 대표단과는 눈도 맞추지 않았다. 미국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대북 제재 무력화와 ‘핵무력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평양의 선전장이 됐다며 불만이 크다. 또한 백악관은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개로 앞서갈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1월 13일 미국 하와이에서 북한 미사일 공격경보를 잘못 발령했던 사건은 미국인들이 북핵을 실질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륙간탄도탄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해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는 테러지원국 북한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재선은커녕 11월 중간선거도 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공화당을 떠나 미국의 세계 패권도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2018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북핵 폐기 맞춤형 전략과 김정은 정권 종말(end of regime)까지 거론했다.
 
지난 25년간 한국과 미국·중국의 역대 정부는 ‘북한 핵폭탄 돌리기’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제 막다른 길에 이르러 더 이상 떠넘길 수 없게 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완성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미국으로서는 전쟁 불사의 각오로 임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동맹이라면서 한국 스스로 동맹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고 미국 측이 실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중국·북한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미·중 대립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북핵 공조를 요구하며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한국과 일본·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중국도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입술이라지만, 핵을 가진 입술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빨까지 아리게 하는 셈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부도 김정은 정권의 교체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론 2/15

시론 2/15

평화 분위기에 들떠있는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미국은 곧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발표할 것이라 한다.
 
지난 1월 캐나다 밴쿠버 20개국 외무장관회담에서는 대북 해상차단이 논의됐다. 미국의 공언대로 강력한 대북제재가 발표되고, 일시 연기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고, 해상봉쇄까지는 아니라도 해상차단이 실시될 수 있다. 북한은 반발할 것이다. 다시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 준비에 들어갈 것이고, 미국은 즉각 그 징조를 포착할 것이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결의 위반임을 강조하며 발사 준비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를 정밀공격으로 파괴할 것임을 시한부로 경고할 것이다. 한반도 군사긴장은 고조되고, 미국의 처사를 비난하는 반미·반전 움직임이 일어나고 경제는 출렁이게 된다. 만일 북한이 꼬리를 내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폭발파쇄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유엔결의 이행을 위한 ‘정당한 개입’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조치에 북한이 장사정포로 대응하면 다시 원점타격을 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최대 압박과 개입’이다. 압박과 개입은 양자택일의 개념이 아니다. ‘최대의 개입’(북핵의 평화적 폐기)을 위한 ‘최대의 압박’(경제제재와 군사압박)이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폐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최대의 압박이다. 압박은 실제 공격이 아니다. 그러나 공격의 의지와 능력을 보임으로써 상대가 말을 듣지 않으면 궤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정밀공격도 넓은 개념의 ‘최대의 압박’ 정책이다.
 
빅터 차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가 낙마한 것은 단순히 ‘코피 터뜨리기’ 작전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대사직을 수행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보았기에 내정을 취소했을 것이다. 실제 공격 여부를 떠나, 한국 대통령에 이어 주한 미국대사까지 전쟁불가를 외친다면 최대의 압박은 더 이상 먹힐 수 없고, 미국에는 압박이 아니라 실제 공격수단만이 남게 된다. 그렇다면 전쟁불가 주장은 전쟁 유도가 되고, 미국의 빅터 차 낙마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택한 것이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전쟁을 각오해야 평화가 온다.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이 곧 평화이다.
 
강원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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