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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신동빈 대표직 물러나라” 비상경영 롯데에 직격탄

중앙일보 2018.02.15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신동빈(左), 신동주(右)

신동빈(左), 신동주(右)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허수영 화학사업군(BU) 부회장, 송용덕 호텔BU 부회장 등 3명의 전문경영인이 구속 수감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선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 70여 명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병희 롯데지주 상무는 “신 회장 구속으로 창사 51년 만에 처음 총수 부재 상황을 맞았다”며 “황 부회장과 유통·식품·화학·호텔 등 개별 사업군 대표들이 모인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총수 부재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침통함 속에서 리더십 공백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 일가 ‘형제의 난’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을 요구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호텔롯데의 지분 보유(99%)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신 회장이 사임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 성공’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재계에 대한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조사가 강도를 더해 가는 와중에 예상을 깨고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기업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 회장 구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결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직후 일어난 일이라 재계의 충격이 컸다. ‘뇌물을 요구한 최순실 일당이 가해자, 이들을 지원한 기업인은 피해자’ 구도로 정리되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뒤집힌 것이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에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신 회장 재판은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도 낙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부회장은 평창올림픽 홍보관 개소식과 리셉션 등 공식 행사에서도 두문불출하는 등 외부 활동을 일절 삼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뇌물을 들고 가 (최순실 일당에) 부탁한 것도 아닌데 재판부가 신 회장을 법정 구속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판관들도 ‘반기업 정서’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총수 부재는 대기업의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의사 결정 속도를 현저히 늦춘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에 미치는 타격도 크다. 2014년 총수가 구치소에 수감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요 의사 결정은 총수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구치소 안에선 의사 결정이 늦고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정 당국의 압박은 세지고 있는데 재계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정부에 찍힐까 봐 이름 하나 바꾸지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 관련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경총을 비롯해 다른 경제단체의 사정도 전경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계는 우울증을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하긴 어려워지는데 변변히 입장을 대변할 조직도 없는 상태”라며 “한국 기업도 사업하기 힘든데 한국GM이 한국을 떠나려 하는 것은 일면 이해할 만도 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일관성 있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관훈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법은 법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며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됐던 행위가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 문제가 있는 것처럼 판단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종선·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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