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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버님댁에 ‘AI’ 하나 놔 드려야겠어요

중앙일보 2018.02.15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충남 천안에 사는 황철규(72) 씨는 요즘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아들 부부가 명절선물이라며 미리 보내온 인공지능(AI) 스피커 때문이다. 명절 연휴에 아들 부부가 상세한 사용법을 알려주기로 했지만 벌써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전에도 아들 부부는 스마트폰이나 IP TV 같은 새로운 가전을 종종 선물했다. 하지만 황 씨에겐 사용법이 복잡했고, 제대로 기능을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간편하게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당장 황 씨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기능도 많다. 예컨대 인공지능 스피커가 생긴 이후 TV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어졌다. “TV 켜 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 뉴스 시간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약속 장소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인공지능 스피커에 물으면 바로 답한다.
 
황 씨는 “4년간 사용한 스마트폰은 아직도 돋보기 끼고 문자 보내거나 간단한 게임을 하는 용도로만 쓴다”며 “다양한 기능을 이렇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니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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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맞아 인공지능 스피커가 ‘효도 선물’로 떠올랐다. 10~20대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던 인공지능 스피커가 중장년층을 넘어 노년층까지 스며들고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다양한 생활 편의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이전에도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스마트 기기는 많았지만 대부분 ‘실버 세대’가 사용법을 익히기엔 복잡했다. 작은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하거나 글씨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만으로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IT기기에 익숙하고 관심을 갖는 ‘스마트 시니어’가 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건강하게 여가나 소비 생활을 즐기며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는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평균 71.7세다. 현재 법정 노인의 기준은 65세다.
 
혼자 사는 실버 세대가 늘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도 관심을 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단순히 음성 지시에 작동하는 것뿐 아니라 대답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 날씨가 어떠니”,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우산을 가져가야 할까”, “미세먼지 농도도 심해지니 마스크도 챙기세요.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120만명이었던 독거노인은 현재 15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 주요 통신사와 IT업체가 앞다퉈 신제품을 쏟아낸 것도 이유다. 접근하기 수월해진 것이다. 그간엔 2014년 11월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를 선보였고 구글도 ‘구글홈’을 내놨지만, 실버 세대가 영어 기반의 외국 제품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2016년 9월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이후 지난해에만 KT ‘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와 ‘프렌즈’, 카카오 ‘카카오미니’, LG유플러스 ‘프렌즈 플러스’ 등이 나왔다. 이동통신사 제품의 경우 TV나 인터넷을 신청하듯이 쉽게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사용하겠다는 요금 약정제에 가입하면 제품 할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KT의 기가지니의 출시 가격은 26만4000원이지만 약정제를 이용하면 실제 제품 가격은 5만9000~9만8000원이다.
 
실버 세대를 노린 특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치매 노인의 실종 예방을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위치추적시스템인 ‘U+ 위치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해진 기능도 매력이다. 이전까지는 음악 감상을 비롯해 주요 뉴스 브리핑, 오늘의 날씨 같은 간단한 일상 정보를 확인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배달음식 주문, 외국어 교육, 미세먼지 농도 확인에 송금까지 할 수 있다. 에어컨이나 TV 같은 가전과 연동하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찾는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규모는 3000만대로, 1조원이 넘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만 100만대 이상 팔렸다. 이달 초 애플이 ‘홈팟’을 내놨고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기업이 새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기기판매로 수익을 내기보다 IT업체에의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주요 기능은 비슷하지만, 제품별로 독자적인 서비스가 있어 기능을 잘 살피고 골라야 한다. 예컨대 SK텔레콤의 누구는 B TV를 이용해야 TV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이 기반이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도 고려해야 한다. 무선 스피커는 배터리 유지 시간이 짧다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자주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제품은 새로운 기능을 이용하는 재미가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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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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