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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놀래킨 한국인 창업가

중앙일보 2018.02.15 00:02
실내 공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3년 11월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스타트업 어웨어다. 실내 공기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하드웨어 어웨어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결합한 스타트업이다. B2C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면서 이제는 B2B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어웨어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노범준 대표가 공식 론칭을 앞두고 있는 어웨어 옴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어웨어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노범준 대표가 공식 론칭을 앞두고 있는 어웨어 옴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2017년 12월 초 기자에게 “다음 주 중에 한국 출장이 계획되어 있다. 가능하면 한 번 만나서 근황을 공유하고 싶다.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 연락했다”라는 e메일이 도착했다. e메일을 보낸 이는 2016년 초 인터뷰를 했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어웨어(Awair) 노범준(40) 대표다.
 
2년 전 노 대표는 어웨어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자신만만했다. “세계에 있는 빌딩이 어웨어의 판매 타깃이다” “어웨어의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2년 동안 그의 말이 실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어웨어는 미국과 유럽에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그는 “2년 만에 카테고리(실내 공기 환경 분야)에서 캡틴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11월 노 대표는 어웨어라는 실내 환경 공기 질 분석 하드웨어와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출시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제품 배송이 시작됐고, 2016년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어웨어는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하면 온도·습도·이산화탄소·유기화합물·미세먼지 등 5가지를 분석한다. 어웨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실내 환기를 해야 한다’ ‘가습기를 켜야 한다’ 같은 솔루션을 제공했다. 어웨어의 초기 모습은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일반 가전제품, 스마트 기기로 변신시키는 어웨어 글로우
2017년 8월에 나온 어웨어 베이비는 아기용에 특화된 어웨어 에디션이다.

2017년 8월에 나온 어웨어 베이비는 아기용에 특화된 어웨어 에디션이다.

어웨어 초기 제품을 완판시킨 후 노 대표는 2016년 12월 어웨어 글로우(Glow)를 2017년 8월 어웨어 베이비(Baby) 등의 B2C 제품군을 출시했다. 어웨어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들이다. 어웨어 글로우는 플러그를 끼울 수 있는 장치가 적용된 제품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크기도 작다. 그는 “스마트 글로우를 이용하면 집에 있는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일반 가전제품을 스마트 기기로 변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가격도 100달러(10만 9000원)로 저렴하다.
 
설치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크다. 집에서 사용하는 공기 환경에 관련된 제품, 즉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등의 전원 플러그에 스마트 글로우를 끼우면 된다. 스마트 글로우를 전원 코드에 연결하면 끝이다. 이렇게만 하면 가전제품은 스마트 기기로 변신하게 된다.
 
원리는 이렇다. 실내 공기 데이터는 스마트 글로우를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스마트폰 앱이나 태블릿PC로 볼 수 있다. 앱을 이용해 가습기나 공기청정기를 온·오프 할 수 있다. 모션 센서를 적용했기 때문에 사람이 실내에 들어오면 바로 전자기기를 켤 수 있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앱을 통해 시간이나 환경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되는 기능도 있다. 노 대표는 “글로우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기들 방에 사용되는 조명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8월에는 어웨어 베이비를 출시했다. 아이방에 어울리는 제품으로 친환경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어웨어를 시작으로 어웨어 글로우, 어웨어 베이비 등으로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매출액을 직접 밝히기는 어렵지만, 2017년에는 2016년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며 웃었다. 어웨어 제품은 현재 60개국 2000여 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는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어웨어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놀란다”며 웃었다.
 
스마트홈의 강자로 꼽히는 구글과 애플도 어웨어를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저력을 인정하고 있다. 2017년 5월 1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I/O 2017’이 열렸다. 이날 발표된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은 스마트 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네스트·스마트싱스 같은 사물인터넷 기업이 구글 홈의 파트너로 발표됐다. 여기에 어웨어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노 대표는 “2017년 초에 구글 어시스턴트 팀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론칭하는 데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어웨어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가 됐다.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도 어웨어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2017년 초 애플이 직접 애플 홈킷의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 것. 그는 “2018년 초 오프라인 애플스토어에 어웨어가 전시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2017년 11월 어웨어는 공기 환경을 직접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수면리포트’ 기능도 탑재했다. 실내 공기 환경이 수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능이다. 헬스케어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능이다.
 
B2C 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노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는 B2B 제품 ‘옴니(Omni)’다. 그는 “정식 론칭을 위해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다양하게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B2B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일반 빌딩을 포함해 병원, 도서관, 학교 등 공기 환경이 중요한 공간은 모두 어웨어가 시장이다. 그는 “어웨어를 출시할 때부터 B2B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을 개발해왔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B2B 시장 공략할 제품 곧 공식 출시
2016년 12월 출시한 어웨어 글로우 제품. 일반 공기 관련 기기에 어웨어 글로우를 장착하면 스마트홈 기기로 변신한다.

2016년 12월 출시한 어웨어 글로우 제품. 일반 공기 관련 기기에 어웨어 글로우를 장착하면 스마트홈 기기로 변신한다.

옴니의 가장 큰 특징은 빌딩의 공조시스템과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품을 통해 공기 질을 분석하고 이 데이터 분석 결과가 공조시스템에 연결되면 건물이 자동으로 청정·가습·환기·제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이 제품은 빌딩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이용되는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 프로토콜을 이용해 건물 공조 시스템과 바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을 통해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대중교통 기관과 손을 잡고 테스트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어웨어와 함께 대학 건물의 공기 환경 개선 작업에 나서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글로벌 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을 관리하는 기업들도 어웨어의 B2B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노 대표는 “2016년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건물의 공기 질을 바탕으로 건물 내 공조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면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도 직원들의 건강과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실내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건물의 가치를 높이려면 실내 공기 환경을 앞에 내세워야만 한다”면서 “우리 제품과 솔루션을 채택하면 쉽게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옴니의 비즈니스 모델을 하드웨어와 공기 환경을 분석하는 솔루션까지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사무실마다 공기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보통 20~40개 정도의 제품이 필요하다. 건물로 확대를 하면 수백 대의 제품이 필요한 셈이다. 노 대표는 “현재 매출은 B2C가 대부분인데, 3년 이내에 B2B 시장의 매출을 60~8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토피로 고통받는 딸 위해 어웨어 창업
실리콘밸리 사무실에 있는 어웨어 임직원들. 미국과 한국에 총 35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사무실에 있는 어웨어 임직원들. 미국과 한국에 총 35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어웨어의 성장세는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테크스타스·알토스벤처스·삼성벤처투자 등의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7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는 “2018년 옴니 확대를 위해 또 다른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웨어는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다. 어웨어는 전 세계에서 실내 환경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노 대표는 “어웨어 한 디바이스에서 하루에 4만5000개가 넘는 데이터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들이 어웨어를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오피스와 한국 오피스에는 35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중 데이터 분석 팀이 가장 많은 이유다. 그는 본사와 지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은 실리콘밸리였지만, 한국 오피스의 역할이 없었으면 이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멤버 구성도 화려하다. 듀퐁 엔지니어 팀장까지 지냈던 공동창업자인 케빈 조 CTO, 미국 디자인 컨설팅 기업 아이디오(IDEO) 출신 김보성 최고디자인책임자, 행정고시 출신 백산 이사, 서울 구로에서 가게를 20년 동안 운영했던 제품 개발자 윤덕현 등 독특한 멤버들이 어웨어에 포진해 있다. 미국 오피스에서 일하는 마케팅 이사 닉 반스의 경우는 노 대표가 1년반 동안 설득해서 합류했다.
 
노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다. 실내 공기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첫째 딸이 아토피로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애가 하도 고생을 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까 공기 환경이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이 분야에 도전한 것이 아니다. 시기가 잘 맞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 노범준 대표는··· 1978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퍼듀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국 시애틀에 있는 보잉 본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S에서 5년 동안 병역특례로 일했고,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 펀드 프랭클커머셜라이제이선 펀드에 합류했다. 미시간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와 MBA를 취득했다. 이후 시스코로 자리를 옮겨 스마트 빌딩과 신제품 관련 일을 하면서 실내 공기 환경을 분석하는 사업의 미래를 깨달았다. 2013년 11월 어웨어를 창업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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