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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종목 새 복병, 그대 이름은 대관령 칼바람

중앙일보 2018.02.12 00:49
매섭기로 유명한 대관령 칼바람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초반부에 설상(雪上) 종목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11일 새벽 “오전 11시부터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경기를 연기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바람이 문제였다. 해당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스키연맹(FIS)에 따르면 경기가 열릴 시간대에 정선 인근에 순간 최대 풍속 초당 20m, 평균 풍속 초당 6~8m의 강풍이 분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설상 종목 날씨 변수 판별 기준

주요 설상 종목 날씨 변수 판별 기준

갑작스런 기상 악화 가능성도 함께 제기돼 FIS가 경기를 사전 중단시켰다. FIS는 12일에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복합 훈련도 함께 취소했다. 당일 경기장 일대에 초속 13~16m의 강풍이 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활강에서는 작은 변수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력을 넘어 선수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바람뿐만 아니라 눈, 안개 등의 영향을 받는다. 24시간 기준으로 적설량이 30cm를 넘거나, 강수량이 6시간 기준으로 15mm를 넘어설 경우, 가시거리가 200m 이내일 경우 경기 중단이 일반적이다.
 
변종문 조직위 알파인스키 담당관은 “알파인 종목 중 특히 스피드 계열(활강·수퍼대회전) 종목들이 바람의 영향이 크다”면서 “바람이 초속 몇 m 이상일 경우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바람과 기상 변수를 늘 신중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의 중단이나 취소, 연기 등의 결정은 총괄 디렉터를 비롯해 레이스 디렉터, 어시스턴트 레프리, 경기위원장, 스타트 레프리, 피니시 레프리 등 6명이 함께 의논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변 담당관은 “11일 새벽에 테스트 주행을 위해 스타트 지점으로 올라가는데, 순간 최대 초속 17~20m의 바람이 불어 타고 있던 곤돌라가 휘청였다”면서 “기상청이 강풍을 예보한 데다 오후 3시 기준으로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경기를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경기 당일 생기는 갑작스런 강풍 등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예비 스타트 지점도 따로 갖춰놓았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경기를 오는 15일 오전 11시에 다시 열기로 했다. 당일 열릴 예정이던 남자 수퍼대회전은 하루 늦춰 16일에 치른다.
 
조직위 결정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남자 활강 우승후보 셰틸 얀스루드(노르웨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정한 경기 조건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로, 나는 이번 결정을 내린 FIS에 대해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고 썼다.
 
지난 10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 결선도 비슷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50명의 선수 중 결선 1라운드로 30명을 추리고, 다시 그 중에서 최종 순위를 가리는 동안 수시로 경기가 중단됐다. 스키점프센터 뒤쪽에서 불어와 경기장 상공을 통과한 바람이 휘돌아 나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바람에 적응하지 못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메달권 밖으로 벗어났다. 소치올림픽 2관왕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은 ‘스키점프의 왕’ 카밀스토흐(폴란드)가 4위에 그쳤고, ‘복병’ 안드레아스 벨링어(독일)가 맞바람이 주춤한 타이밍을 정확히 노려 113.5m를 날아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이자 스키점프 국가대표 출신인 김흥수 조직위 스키점프센터 경기위원장은 “스키점프 경기에서는 초속 3m 이내의 속도로 불어오는 맞바람이 선수들에게 부력을 제공해 더 오래,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한다”면서 “하지만 풍속이 그 이상일 경우엔 오히려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초속 3~4m 사이의 바람은 선수들이 신중하게 판단해 점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주의’ 단계다. 초속 4m를 넘어가면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5m 이상의 바람이 유지되면 경기가 취소된다. 
 
평창=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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