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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의 브래드 리틀, 그의 목소리가 관객을 홀리는 이유

중앙일보 2018.01.18 14:26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 '캣츠'의 선지자 고양이로 8개월째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 '캣츠'의 선지자 고양이로 8개월째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브래드 리틀(54)은 한국의 뮤지컬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첫 내한공연에서 주인공 팬텀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킬 앤 하이드’(2009) 내한공연에 이어 한국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2011)에도 출연한 그는 요즘 뮤지컬 ‘캣츠’의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에서 시작된 ‘캣츠’ 한국 투어 공연이 벌써 8개월째다. 그동안 광주ㆍ대전ㆍ울산 등 13개 도시를 다녔고, 19∼21일 의정부 공연과 28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앙코르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17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무대에 서면서 ‘캣츠’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게 됐다”고 했다.  
 
 
‘캣츠’ 출연은 이번 내한공연이 처음이다.
“출연하기 전에는 ‘캣츠’ 공연을 두 번밖에 안 봤다. ‘캣츠’는 T.S.엘리엇의 시가 원작이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공부를 해가면서 그 깊이에 놀라게 됐고, 작가 엘리엇의 팬이 됐다. 작품의 의미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올드 듀터러노미와는 다른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전 배우들이 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모음에 집중했다면, 나는 가사가 좀더 명확하게 들리도록 자음을 강조한다.”
 
'캣츠'의 올드 듀터러노미 분장을 한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캣츠'의 올드 듀터러노미 분장을 한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그가 창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2막의 첫 곡 ‘행복의 순간들(The Moments of Happiness)’을 그 사례의 하나로 꼽았다. 고양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즐겁고 특별한 부분을 찾아내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다. 그는 “‘어떤 순간에서도 그 의미를 이해한다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삶이란 게 결국 주어지는 것이고 놓여있는 것이지만, 그 삶을 즐겁게 만들 것인가 나쁘게 만들 것인가는 내 선택에 달렸다는 걸 생각하며 스스로 감동받는다”고 말했다.  
 
1984년 스무 살 때 ‘에비타’의 ‘체’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레미제라블’‘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숱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 중 ‘오페라의 유령’ 팬텀 역으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무려 2700여 회 공연했다. 그는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팬텀으로 또 출연하고 싶다. 팬텀은 매일 밤 내게 영감을 주는 역할이고, 팬텀보다 더 좋은 역할은 없다”고 못박았다.
 
2011년 한국 뮤지컬 `천국의 눈물` 에서 그레이슨 대령 역을 연기하는 브래드 리틀. [사진 중앙포토]

2011년 한국 뮤지컬 `천국의 눈물` 에서 그레이슨 대령 역을 연기하는 브래드 리틀. [사진 중앙포토]

 
그는 “2005년 내한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관객들의 열정이 큰 감동을 줬다. 여기 머물며 이 현장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바람은 마침내 이뤄졌다. 2009년 ‘지킬 앤 하이드’ 내한공연 때 자신의 분장을 담당했던 김민경 '엠오드(M-ode) 메이크업' 대표와 지난해 4월 결혼한 것이다. 그는 지갑에서 외국인 등록증을 꺼내 보여주며 “이제 서울이 내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한국을 중심으로 구상 중이다. “최근 회사 ‘브래드 앤 컴퍼니’를 설립했다”면서 “브로드웨이ㆍ웨스트엔드의 유명 작품의 라이선스 공연을 제작해 아시아 지역 투어를 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거점으로 투어 공연 제작을 하면 어떤 점이 유리한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성공한 작품을 골라 작업할 계획이다. 한국 공연에서 사용한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대여해 쓸 수 있으니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연출ㆍ음악ㆍ기술 등 제작진은 모두 한국인들로 구성하고, 배우만 영어를 쓰는 외국인을 캐스팅할 생각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는 고품질 작품을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 또 오리지널 제작사로서는  아시아의 뮤지컬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으니, 모두가 이기는 ‘윈윈 게임’이다.”
 
한국의 창작 뮤지컬도 자주 보나.
“물론이다. 훌륭한 작품이 많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은 ‘100% 메이드 인 코리아’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배우들의 실력도 대단하다. 한국이 가진 역량을 세계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게 분명하다. 한국의 작품과 배우가 해외의 주목을 받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요소는 언어다. 한국어 공연을 외국 관객들도 볼 수 있도록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자막을 띄웠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제작자가 자막이 있으면 관람에 방해가 된다고 하는데,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30년 넘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 도전하고 싶나.
“공연 분야 교수였던 아버지 덕에 극장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 어려서부터 꿈이 뮤지컬 배우였다. 10대 때 잠깐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30대에 경력이 끝나는 운동선수 대신 90대까지 계속 일할 수 있는 배우가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미래는 제작자 손에 달려있다. 제작자가 불러줘야 출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전 뮤지컬 ‘회전목마(Carousel)’의 남자주인공 빌리 역을 해보고 싶고, 또 초연작에 출연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보고도 싶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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