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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한국의 사위' 슈뢰더와 김소연, 그들의 마이웨이

'한국의 사위' 슈뢰더와 김소연, 그들의 마이웨이

중앙일보 2018.01.18 13:44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의 'My Way'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전 독일 총리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은 게 지난해 12월 5일이다.
식사 초대에 적잖이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총리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총리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한국어판 출판에 맞춰 방한한 게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3일간 사진취재를 하고 그 뒷이야기를 중앙일보 온라인에 게재했다.
http://blog.joins.com/shotgun00/15205337
 
그 후 출판사의 요청으로 뒷이야기를 엮은 조그만 사진집(3일의 동행, 두 번의 눈물)을 만든 적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그날 함께 초대받은 사람은 모두 넷이었다.
총리의 자서전을 출간한 ‘메디치 미디어’의 대표,
자서전을 편집한 편집자,
뒷이야기 사진집을 만든 북디자이너,
그리고 나였다.
 
넷 다 이러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터였다.
독일 총리를 지낸 사람이 난데없이 식사 초대를 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긴장된 분위기를 눈치챈 듯 총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을 친구로서 초대한 겁니다. 이렇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거 다 드십시오.”
 
슈뢰더 김소연/ 메디치미디어/20171205/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메디치미디어/20171205/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친구를 대하는 듯한 표정과 말투였다.
그러면서 총리가 “여기요”라는 한국말로 레스토랑 주인을 불렀다.
총리의 독특한 한국말 억양에 모두 다 웃었다.
일순간에 긴장감이 사라졌다.
그렇게 음식 주문을 했다.
 
총리의 옆자리에는 최근 연인으로 알려진 김소연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현재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를 맡고 있다.
 
슈뢰더 김소연/ 광화문/20170912/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광화문/20170912/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9월, 3일간 취재할 때도 총리의 옆자리에 김소연 대표가 있었다.
당시엔 김 대표가 모든 일정의 공식 통역 담당이었다.
그땐 누구도 몰랐었다.
총리가 돌아가고 일주일쯤 후 독일 언론을 통해 연인으로 보도되었다.  
 
 
슈뢰더 김소연/ 메디치미디어/20171205/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메디치미디어/20171205/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때와 달리 이젠 통역이 아닌 연인으로 둘이 함께한 게다.
그러니 둘의 사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었다.
총리가 입을 열었다.
“독일 언론에 이렇게 났습니다.  
‘총리와 연인은 8000km 떨어져 있다. 총리의 새 사랑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 기사 때문에 둘의 관계가 알려졌다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연방 총리 퇴임식에 『마이 웨이(My Way)』한 곡을 선정했습니다.
정치 입문부터 총리를 마칠 때까지 'My Way'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내게 딱 맞는 노래입니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한국에서 남은 인생의 반을 살아야겠다고 하니 남들이 미쳤다고 합디다.  
하지만 이것도 'My Way'라면 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노래입니다.”
 
운명이라면 당신의 길을 가겠다고 총리가 고백한 것이다.
총리의 말에 적잖이 놀라고 있을 때 그가 나를 보며 정중히 부탁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둘 만의 사진을 찍어주시오. 그리고 사진집은 두 권이면 좋겠습니다. 한 권은 김소연의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당황해서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때였다.
“이만하면 ‘한국의 사위’가 될 자격이 있지 않나요?”
총리가 농담처럼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공감하며 동시에 손뼉을 쳤다.
그 박수 바람에 둘의 사진을 찍는 게 결정되어 버렸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며칠 후 창덕궁에서 만났다.
장소를 일부러 창덕궁으로 정했다.
평소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창덕궁이라 생각했었다.
총리가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한국의 사위’라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창덕궁을 택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을 찍는 날, 창덕궁 입구엔 꽤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둘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할 터였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입구를 빠져나와 부용지로 향했다.
함께 걸으며 둘에게 말했다.
“저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두 분이 한국을 느끼며 자유롭게 산책을 하십시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겠습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적한 곳으로 접어들자 둘은 자연스러운 연인이 되었다.
카메라보다 둘에 더 집중하라는 요구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총리는 사랑 표현에 스스럼이 없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숲길로 접어드니 더 추워졌다.
이날 아침의 기온이 영하 7도였다.
입김이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용지에 도착하니 외국인 관광객이 몇 있었다.
하필이면 독일인들이었다.
그들이 총리를 알아보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아직 둘의 관계를 발표하지 않은 터였다.
그러니 곤란한 상황이었다.
 
항상 3명의 수행원이 총리를 따르고 있었다.
수행원들에게 관광객이 촬영을 못 하게끔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수행원들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공개된 자리에서 사진 찍는 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의 답에 적잖이 놀랐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들의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총리를 지낸 사람이라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총리가 알아서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관광객의 시선을 피해 부용정 뒤로 몸을 숨길 뿐이었다.
 
그리고 둘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관광객들이 떠나기만을….
족히 10여분 이상 그렇게 기다렸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관광객들이 떠나고 나서야 다시 앞쪽으로 나왔다.
김 대표가 총리에게 외투를 벗고 사진을 찍어 보자고 제안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단정한 복장으로 사진을 한장 남겨 높고 싶었던 게다.
 
김 대표의 제안이니 총리가 마지못해 외투를 벗었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 7도가 아니던가?
더구나 부용정 뒤에서 떨다가 나온 직후였다.
먼저 외투를 벗은 총리가 김 대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총리에게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외투를 벗자마자 총리가 김 대표의 손부터 잡았다.
총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밝은 표정과 달리 꽉 잡은 두 손, 얼마만큼 추운지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그 손이 사진을 빨리 찍으라는 신호처럼 여겨졌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이 끝났다는 신호에 총리가 서둘러 외투부터 찾았다.
총리가 찾은 외투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김 대표 것이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지막 촬영 장소에 제법 높은 턱이 있었다.
바지 차림엔 한 번에 내려올 수 있지만 치마 차림엔 쉽지 않을 만큼 높이였다.
먼저 내려온 총리가 김 대표를 안아 내리려 했다.
김 대표가 손사래를 쳤다.
총리는 끄떡없다고 했다.
더구나 총리는 사진을 찍으라는 듯 한참을 그리 안아 들고 있었다.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슈뢰더 김소연/ 20171208 /창덕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진을 찍으면서 “이것도 ‘My Way’라면 가겠다”고 했던 총리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이제 그 길은 둘의 길이다.
‘슈뢰더와 김소연’, 그들의 ‘My Way’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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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권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