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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딸에게 유산 주지마라 유언했다면 차명주식도 상속 안 돼”

중앙일보 2018.01.15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태광그룹 창업주의 숨겨진 재산을 둘러싸고 5년여간 이어진 ‘딸들의 반란’ 2심에서 딸들이 다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12부(부장 임성근)는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셋째딸 이봉훈씨가 남동생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136억원대 주식인도 청구를 12일 각하했다.
 
재판부는 “딸들에게는 재산상속을 하지 않는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상속재산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차명주식이 발견됐더라도 이에 대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봉훈씨를 비롯한 딸들은 1996년 아버지인 이임용 선대회장이 사망했을 때 재산 상속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이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넘긴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해둬 그대로 집행됐기 때문이다. ‘나도 상속분이 있다’며 딸들이 반란의 기치를 든 것은 2011년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선 직후다. 상속세 신고에서 누락된 차명주식과 차명채권이 발견됐다. 모두 이호진 당시 태광그룹 회장의 명의로 전환됐거나 그가 단독으로 처분한 것들이었다.
 
이봉훈씨는 “차명주식에 대한 법정상속분을 달라”며 2013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상속회복 청구권 시효인 10년이 지나 각하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하 판결을 내리면서 이유를 하나 더 붙였다. 재판부는 유언장을 근거로 “딸들에게는 재산상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임용 선대회장의 확고한 의사였고, 유언장 낭독 당시 참석한 이봉훈씨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22년 전 유언장에는 ‘세 자매에게는 별도의 재산상속을 하지 않는다. 딸들은 오빠 및 남동생의 상속에 대해 관여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써 있었다.
 
재판부는 “유언이 무효가 아닌 이상 이봉훈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둘째딸 이재훈씨도 봉훈씨보다 먼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각하됐다. 이 전 회장의 이복형과 조카 등도 주식인도 및 이익배당금 등의 청구 소송을 냈지만 모두 이 전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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