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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특수·일반 3대 수사권 뺏긴 검찰 “최악의 날”

중앙일보 2018.01.15 01:24
청와대는 14일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등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김형연 법무·김종호 공직기강·박형철 반부패·백원우 민정비서관, 조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14일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등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김형연 법무·김종호 공직기강·박형철 반부패·백원우 민정비서관, 조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동안 검찰이 행사했던 대공수사권, 특수수사권(금융·경제 등 일부 제외)에 더해 일반 수사권의 대부분도 경찰로 넘긴다는 개혁안 내용은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14일 검찰의 ‘2차 수사기관화’로 요약되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공개한 직후 대검찰청의 한 간부가 한 말이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로 이관되는 것은 예정됐던 사안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강도가 너무 세다는 거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개혁의 최우선 순위를 검찰 개혁에 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예로 들면서 “당시 검찰·경찰·안기부는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고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조직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 왔다”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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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내부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검찰 최악의 날”이라는 한탄 등이 터져나왔다. 대검 간부들은 일요일인데도 출근해 비상대기했다. 익명을 원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싫다고 그 권한을 경찰에 집중시키는 것은 통제 불가능한 ‘공룡 경찰’을 만드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15일 문무일 검찰총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다.
 
◆검경 간 협의 없이 일방 발표=개혁안 내용뿐 아니라 절차도 검찰로선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는 검찰이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권, 특수수사권, 일반 수사권 등 3대 수사권의 대부분을 경찰과 공수처에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은 물론 경찰, 국가정보원과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위로부터의 일방적 개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10~2011년 수사권 조정 당시에는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자 국무총리실 등이 나서 설득을 거듭해 조정안을 도출한 바 있다. 이번에 청와대는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기소권을 어느 수준까지 경찰로 넘길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14만 명에 이르는 경찰이 1차 수사를 대부분 전담케 하는 개혁안을 내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의 세부적 사안은 양 기관이 논의해 결정하라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검찰과 경찰, 공수처 간 수사 범위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수사기관 간 과열 경쟁이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막연히 이상향을 설계하듯 안을 던지고는 기관들에 ‘이에 맞춰 상의하라’고 하면 혼란만 가중된다”며 “특정 기관을 편들어 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검찰총장은 “헌법상 나와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문제부터 검경 간 관계까지 형사법의 대변혁, 법무 행정의 대수술이 전제돼야 하는 사안들인데 이를 검경의 합의도 없이 내놓은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검찰 주변에선 “보수 정권에 대한 하명 수사를 내릴 때는 언제고, 다 쓰고 나니 버리려 한다”며 검찰을 ‘토사구팽’에 비유하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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