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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빨리빨리 먹으면 당뇨병·지방간 느릿느릿 걸으면 동맥경화 초래

중앙일보 2018.01.15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생활습관 속도는 건강 척도
건강은 습관이다. 하지만 같은 행동이라도 ‘속도’에 따라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식사 속도가 빠르면 나도 모르게 식사량이 늘어 뚱뚱해지기 쉽다. 나잇살이라고 치부하는 체중도 요주의 대상이다.
살찌는 속도가 빠르면 혈관을 보호하는 내피세포가 방어할 틈도 없이 공격을 받는다. 서서히 살이 찔 때보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다. 보행속도는 혈관 탄력성과 관련이 있다. 느리게 걸으면 온몸의 혈관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좁아진다.건강 수명에도 차이를 보인다. 내 몸을 지키는 속도에 대해 알아봤다. 
 
일반적으로 속도는 시간을 얼마나 집중·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숨은 비결이다. 온몸 곳곳에 뻗은 혈관에 미치는 파급력을 극대화한다. 단순히 빠르고 느린 것일 뿐이라고 간과하다 혈관 노화를 재촉할 수 있다. 남과 비슷하게 생활하는데도 건강관리 지표에 차이를 보인다면 생활 속 건강 속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Check Point 1 
허겁지겁 식사하면 과식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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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고려해야 할 속도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식사 속도다. 한국인은 흡입하듯 빠르게 밥을 먹는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빨리 먹는 습관은 덜 씹고 삼키기 때문에 인체의 소화·흡수·대사에 영향을 준다”며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관·간·췌장의 기능을 서서히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또 급하게 밥을 먹으면 뇌에서 ‘배가 부르다’는 포만감을 인지하지 못해 과식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은 식사를 시작하고 15분 후부터 나온다.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8771명을 대상으로 식사 속도와 건강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식사 속도가 빠를수록 섭취하는 칼로리가 늘어나 체질량 지수가 증가하고 혈관 벽에 쌓이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졌다. 이는 혈관에 문제를 유발한다. 5분 이내에 식사를 끝낸 그룹은 15분 이상 식사를 한 그룹보다 고지혈증 위험이 1.8배, 비만은 3배, 당뇨병 위험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Check Point 2
 
빠르게 걷기는 건강 수명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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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보행속도다. 걷기는 심장에서 다리로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퍼 올리는 역할을 한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느릿느릿 걸으면 동맥 경직도가 높아져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인간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며 “평소보다 빠르게 걸으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산화질소 생산량이 늘어나 혈관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제세영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으로 보행에 문제가 있는 편마비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보행속도와 동맥 경직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보행속도가 빠른 그룹은 느린 그룹에 비해 동맥 경직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걷기는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도 기여한다. 지난해 발표된 학술지 ‘영양·건강과 노화(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빠른 보행속도를 유지한 사람이 더 오래 살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보행속도에 따라 암 예방 효과나 인지 기능 유지에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김병성 교수는 “보행속도가 빠르면 엉덩이·허벅지의 하체 근력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심폐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Check Point 3
 
정시 취침·기상은 숙면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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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깊은 잠에 빠지는 속도도 중요하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깊은 잠을 충분히 잤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잠의 깊이는 잠에 들기 시작한 직후에 가장 깊다. 아침이 다가올수록 얕고 짧아지는 주기를 보인다. 아침이 다가올수록 얕은 잠이 길어지는 셈이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수면 직후 90분까지인 첫 번째 깊은 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수면 시간 중 가장 빠르게 깊은 잠에 들어가는 단계다. 이때 잠을 설치면 수면 생체리듬 주기가 흐트러져 밤새 자다 깨기를 반복한다. 수면의 질이 떨어져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는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린다. 또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량이 늘어 비만·당뇨병·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첫 번째 깊은 잠이 수면의 질을 높여 심혈관 건강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깊은 잠을 자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한다. 이를 지키기 힘들다면 잠을 자고 싶을 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졸릴 때 잠을 자면 빠르게 깊은 잠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다. 낮 동안 쌓인 수면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Check Point 4
 
체중 빨리 늘수록 혈관 더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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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조금만 먹어도 쉽게 찌는 체질이다. 체중이 불어나는 속도가 빠를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도 높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살이 빨리 찌면 몸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가 구축되기 전에 혈관 내피세포가 공격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똑같이 뚱뚱한 상태라도 지금의 체중에 도달한 기간이 짧다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의학저널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2014)’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체중 증가 속도에 따른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몸무게가 1년에 평균 1.3㎏씩 증가한 그룹은 관상동맥이 절반 이상 좁아진 사람의 비율이 14.4%였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0.15㎏씩 늘어 체중 증가 속도가 느린 그룹은 이 비율이 9.5%에 그쳤다. 같은 조건에서 두 개 이상의 심장 혈관을 침범한 경우도 각각 10.2%, 4.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동맥경화반 역시 체중 증가 속도가 빠른 그룹은 24.3%가 존재했지만 느린 그룹은 이보다 적은 14.9%만 가지고 있었다. 임수 교수는 “체중 증가량이 같더라도 속도가 빠르면 혈관 손상이 두 배 가까이 높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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