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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광그룹 '딸들의 반란' 백억대 주식소송 2심도 패해

중앙일보 2018.01.14 17:26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그는 2012년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2012년 회장직을 사임했다.[중앙포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그는 2012년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2012년 회장직을 사임했다.[중앙포토]

"딸들에게는 재산상속을 하지 않는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상속재산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차명주식이 발견됐더라도 딸은 이에 대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12부(부장 임성근)는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셋째딸 이봉훈씨가 남동생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136억원대 주식인도 청구를 12일 각하했다.
 
이봉훈씨를 비롯한 딸들은 1996년 아버지인 이임용 선대회장의 사망 당시 상속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이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넘긴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해둬 그대로 집행됐기 때문이다. '나도 상속분이 있다'며 '딸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은 2011년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서면서다. 상속세 신고에서 누락된 차명주식과 차명채권이 발견됐다. 모두 이호진 당시 태광그룹 회장의 명의로 전환됐거나 그가 단독으로 처분한 것들이었다.
태광그룹 삼녀 이봉훈씨는 남동생인 이호진 전 회장을 상대로 '태광산업 보통주 9968주와 대한화섬 보통주 6211주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중앙포토]

태광그룹 삼녀 이봉훈씨는 남동생인 이호진 전 회장을 상대로 '태광산업 보통주 9968주와 대한화섬 보통주 6211주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중앙포토]

 
이봉훈씨는 "아버지 상속재산인 차명주식에 대해 남동생이 그 존재를 숨기고 자신의 명의로 신고해 나의 상속권이 침해당했다"며 "차명주식에 대한 나의 법정상속분을 달라"며 2013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차명주주 의결권을 행사한 1999년에는 공동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1999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나 상속회복 청구 권리가 사라졌다"며 소송 제기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각하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지만 이유가 더 붙었다. 재판부는 유언장을 근거로 "딸들에게는 재산상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임용 선대회장의 확고한 의사였고, 유언장 낭독 당시 참석한 이봉훈씨도 이를 알았을 것이다"고 봤다. 22년 전 유언장에는 '세 자매에게는 별도의 재산상속을 않는다. 딸들은 오빠 및 남동생의 상속에 대해 관여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써 있었다. 또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이기화 사장의 뜻에 따라 처리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재판부는 "'나머지 재산'은 상속재산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전체 재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유언이 무효가 아닌 이상 이봉훈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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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중앙포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중앙포토]

둘째딸 이재훈씨도 봉훈씨보다 먼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각하됐다. 이 전 회장의 이복형과 조카 등도 주식인도 및 이익배당금 등의 청구 소송을 냈지만 모두 이 전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 회장은 가족간 민사소송의 승리자로 홀로 웃는듯 하지만 형사소송의 피고인으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2011년 1400억원대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대법원 파기환송 후 다시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간암 3기로 당장 구속을 면한 이 전 회장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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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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