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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AI 변호사·의사 등과 경쟁하려면… 내 핵심 역량은

중앙일보 2018.01.14 09:00
신년기획 '미래역량 100인보' ①전문인들이 말하는 미래 직업
 
한국 최조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길병원. 의료진은 왓슨과 함께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병명을 진단하고 수술법과 치료약을 결정한다. 오종택 기자

한국 최조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길병원. 의료진은 왓슨과 함께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병명을 진단하고 수술법과 치료약을 결정한다. 오종택 기자

“얘들아, 너희들의 꿈은 뭐니?” “저는 회계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이국종 선생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될 거예요.”
 어린 자녀나 학생이 있는 곳이면 위와 같은 풍경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앞으론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보통 아이들이 꿈이라고 대답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미래엔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이 인간 일자리의 대부분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2027년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여러 전문기관이 내놓는 미래 일자리에 대한 공통적인 전망은 사람의 역할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이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능력의 상당 부분은 미래엔 쓸모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영역으로 꼽혔던 의사(70%), 교수(59.3%), 변호사(48.1%) 등의 역량도 대부분 AI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처럼 인간 일자리의 상당수가 AI로 대체된 미래 사회에선 직업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이때 각 직업군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또 지금처럼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목 중심으로 공부해서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미래의 직업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각 분야의 리더 100명을 인터뷰했다. 미래의 일자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미래인재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전·현직 장관에서부터 대학 총장, 기업 CEO 등 사회리더들과 문화예술인, 법조인·의사·회계사 등 다양한 전문 직군의 대표자들에게 물었다.  
 
 100명이 꼽은 미래인재의 필수역량은 5가지로 압축됐다. 창의력(29명, 중복응답)과 인성(28명), 융복합능력(26명), 협업역량(26명), 커뮤니케이션능력(18명)이었다. 더불어 유연성과 컴퓨팅(각각 9명), 공감능력과 감수성(각각 7명), 문제해결력과 대인관계능력(각각 6명) 등도 중요한 역량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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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새로운 역량이 필요시 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직업의 역할이 바뀌기 때문이다.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은 변호사의 업무를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 가장 유능한 변호사는 법조문과 해당 판례를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머리에 저장된 정보가 많아야 언제든 끄집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전혀 다릅니다.”  
 
 강 관장은 변호사의 역할이 변하게 될 근본적 이유로 AI 변호사인 로스의 등장을 꼽았다. 로스는 초당 1억 장의 법률 문서를 검토해 개별 사건에 가장 적절한 판례를 찾아내 추천한다. 2016년 5월 미국 뉴욕의 유명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를 시작으로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에 고용된 최초의 AI 변호사 '로스'의 가상 이미지와 재판정을 조합한 합성사진. [중앙포토]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에 고용된 최초의 AI 변호사 '로스'의 가상 이미지와 재판정을 조합한 합성사진. [중앙포토]

 “로스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판결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법조문도 인간 변호사보다 훨씬 잘 꿰뚫고 있죠. 과연 인간이 AI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는 “미래에 유능한 변호사는 다양한 판례를 융합해 새로운 논리를 찾아내고 적절한 언어로 풀어내는 소통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인문·과학·경영 등 비법학 분야의 융합과 통섭 능력이 있어야만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정 변호사도 강 관장의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서 변호사는 “얼마나 법전을 줄줄 꿰고 있느냐 하는 건 갈수록 덜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유연한 사고력과 실제 재판에서 설득력 있는 언어로 재판부와 배심원을 제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미래의 변호사는 법률 분쟁 전에 양측의 화해를 중재하고, 법률적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심리 상담을 하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장 총장은 특히 “이런 업무를 잘하기 위해선 의뢰인의 상황과 감정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심리적 공감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왓슨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고 있는 가천대길병원 의료진. 오종택 기자

왓슨의 진단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고 있는 가천대길병원 의료진. 오종택 기자

 직업의 성격이 바뀌는 건 의사도 마찬가지다. 변호사업계의 로스처럼 국내 의학계에서도 AI 의사 왓슨이 2016년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도입되고 있다. 왓슨은 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와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학 자료를 갖고 있다. 5명의 전문의가 십여 분간 집단 토론해 내릴 수 있는 암 환자의 진단과 처방을 왓슨은 단 8초 만에 도출한다.  
 
 김영보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뇌과학연구소 교수는 “왓슨 도입 이후 의사의 역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로 김 교수는 “과거엔 의사가 모든 정보를 가진 상태서 일방적으로 환자에게 치료법과 치료약을 통보했다”며 “지금은 왓슨의 분석 결과를 보며 환자와 소통하는 게 주 업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사와 환자 간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방대한 의료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질병에 대한 검사·진단은 AI가 대신하게 되겠지만,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 의사의 몫이다. 한창우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의 질병을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치료하는 차원은 AI의 몫으로 넘기고, 미래 의사는 환자의 온전한 회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따뜻한 감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직업의 역할 변화는 꼭 변호사·의사와 같은 전문직업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홍상완 한국콜마 전무는 “과거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똑똑한 게 중요했다면 앞으론 조직의 목표를 위해 얼마나 잘 협업할 수 있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금형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전 부산지방경찰청장)도 “미래 사회에선 AI가 할 수 없는 능력들을 길러야 한다”며 “기계가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공감과 협상, 설득과 갈등 해결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중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단순히 덕목으로만 여겨졌던 인성도 필수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유진석 회계사는 “회계 업무는 지금도 이미 컴퓨터가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며 “회계사가 중요한 이유는 회계 부정과 같은 감사 업무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엔 경영의 관점에서도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투자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바른 성품과 가치관을 갖는 것이 필수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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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수영 하나로의료재단 고문(전 아산병원 소아과 의사)은 가정 내 밥상머리 교육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 사이의 예절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능력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가정에서 인성교육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일자리에 대한 만족을 느끼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미래 사회에선 창의성이 가장 핵심적인 능력인데 이는 억지로 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 즐기고 재밌어할 때 나온다”며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행복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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