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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투기 잡겠다면서 '투기지역' 폐지?...양도세 중과 없는 '투기과열' 지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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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투기 잡겠다면서 '투기지역' 폐지?...양도세 중과 없는 '투기과열' 지역 있다

중앙일보 2018.01.12 00:22
정부는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을 점검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을 점검했다.

“강남 등 서울 특정지역의 재건축 및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국지적 부동산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상당 부분 투기적 수요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투기는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어렵게 하는 등 국민 삶의 질 개선의 핵심인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등과 가진 경제현안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앞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8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에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풍부한 자금을 갖고 계신 분들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그런 (투기적 수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 제도를 폐지한다. 투기지역 관리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투기지역 지정 효과·지정 요건 삭제
 
오는 4월 1일 투기지역이 없어진다. 2003년 도입 이후 15년 만이다. 정부는 지금도 주택시장에 투기 불씨가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지역을 폐지하는 이유가 뭘까. 
  
정부는 4월 1일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 도입에 맞춰 투기지역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가격,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량 및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해 주택 분양 등이 과열되어 있거나 과열될 우려가 있는 지역’이다. 
 
현재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때 지정된 서울 전역(25개 구) 등 전국 40개 시·군·구다. 2주택 이상의 집을 가진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4월 1일 이후 양도하면 양도세가 중과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를,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를 각각 가산한 세율이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공포됐다. 정부는 이 개정안에 투기지역 폐지를 포함했다. 투기지역 지정 효과(양도세 중과)를 삭제했다. 4월 1일 시행에 앞서 지난 7일 투기지역 지정 요건을 없애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투기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 요건은 집값 상승률이다. 직전 달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는 지역으로서, 직전 월부터 소급해 2월간의 월 평균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의 1.3배보다 높은 경우다. 혹은 직전 월부터 소급해 1년간의 연평균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직전월부터 소급해 3년간의 연평균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높으면 대상이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투기지역 폐지 절차는 요란하지 않다. 투기지역 지정 요건과 투기지역 지정 영향이 없어졌으니 투기지역이 유명무실해졌고 사라지는 셈이다. 앞으로 투기지역을 지정할 기준이 없고, 지정되더라도 의미가 없다.  
 
사실 투기지역이라는 말은 편의상 쓰는 용어다. 정부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엄포성으로 붙인 말이다. 실제 법적 용어는 ‘지정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가 역할 대신 
 
투기가 없어져서 투기지역 제도가 더는 필요가 없어지나. 아니다. 투기지역을 대신할 다른 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투기지역보다 더 강력한 새 제도에 투기를 잡을 힘을 물려주고 물러나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이다. 투기지역 제도의 가장 강력한 힘인 양도세 중과를 조정대상지역 제도가 해낼 수 있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투기지역은 다주택자 중에서도 3주택 이상자에 한해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가산하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이보다 더 많은 20%포인트를 합치다. 투기지역 제도에는 없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적용한다.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더해서 말이다.  
 
위력 뿐 아니라 파급 범위도 조정대사이역이 훨씬 더 넓다. 현재 투기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12곳이다.  
 
다주택자 양도세에서 보면 투기지역 중과는 조정대상지역 중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고 디딤돌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8·2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 중과를 위해 당장 쓸 수 있는 게 투기지역이었다. 기존 투기지역 제도를 활용해 해당 지역을 지정만 하면 바로 3주택 이상자의 양도세를 중과할 수 있었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전체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통과가 필요했고 경과기간이라는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고 보면 투기지역과 조정대상지역의 ‘파워 게임’이 묘하게 엇갈린다. 조정대상지역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1·3대책 때 처음으로 등장해 현 정부 들어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다듬어졌다.  
 
투기지역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도입돼 노무현 정부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정책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책을 많이 답습하고 있는데 조정대상지역은 투기지역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투기지역 2003년 도입, 한때 92곳까지 
 
투기지역 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를 벗어나 집값이 뛰던 2002년 잉태가 예고됐다. 그해 10월 11월 정부는 경제조정정책회의를 열고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의 양도세를 늘리기로 했다.  
 
양도세 산정 기준 금액을 기준시가(현 공시가격)에서 실거래가격으로 바꾸고 양도세율(당시 9∼36%)에 최고 15%포인트까지 추가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투기지역 지정 효과는 탄력세율보다 실거래가격 과세가 컸다. 당시 기준시가가 시세의 70~8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기준시가로 양도차익 2억1000만원인 경우 양도세가 4900여만원인데 실거래가로는 양도차익이 3억4000만원으로 세금이 두 배에 가까운 8800여만원으로 예상됐다.  
 
그해 말 관련 법이 개정돼 2003년 1월부터 시행됐다. 투기지역 지정을 위해 수시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열렸다. 2003년 1월부터 마지막 지정인 2008년 1월까지 총 55차례다. 2003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노무현 정부 동안은 48차례였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2008년부터 투기지역 규제가 풀리면서 2012년 5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마지막으로 해제됐다.  
 
그러다 지난해 8·2대책으로 투기지역이 재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투기지역은 주택시장 ‘저승사자’였다. 양도세 ‘폭탄’을 떨어뜨린 데 그치지 않고 대출 문턱도 높였다. 2002년 10월부터 투기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까지 내려갔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2006년 3월부터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40%로 조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힘이 많이 빠졌다. 2006년부터 양도세 과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론 대출 규제 역할이 컸다.  
 
대출 규제도 지난해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도 살아나면서 투기지역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투기지역과 함께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똑같이 LTV, DTI가 40%씩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가 투기지역을 포함해 29곳으로 더 넓어 투기과열지구로도 충분히 대출 규제가 된다.  
 
담보대출 1건 제한, 서울 전역 확대될 수도 
 
투기지역이 없어지면서 걸리는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다. 현재 투기지역에서만 가구당 1건으로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 시행되고 있다. 투기지역이 없어지면 담보대출 건수 제한도 풀리게 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을 유지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서울 전역으로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 정부가 대출 억제에 기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지역 폐지가 대출 건수 제한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대구시 수성구 아파트 밀집촌.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이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아니다.

대구시 수성구 아파트 밀집촌.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이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아니다.

현 정부에서 막강해진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르고 청약과열이 심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시 수성구다. 8·2대책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에 추가됐다.  
 
투기과열지구 수성구, 양도세 중과 없어 
 
그런데 다른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선정됐는데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없이 바로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과 비슷하게 규제하지만 양도세 중과가 없다. 
 
투기과열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8·2대책을 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가 나왔다. 지역 범위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순으로 좁아져서다.  
 
정부는 당시 조정대상지역을 제도화하는 과정이어서 수성구를 곧장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과열’이 식지 않으면 수성구도 언제든 조정대상지역이 될 수 있다. 다행히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수성구 집값 상승세가 꺾여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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