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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사회담 얻었지만 비핵화 논의 못해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2018.01.11 02:09
공군은 평창 겨울올림픽 D-30을 맞아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블랙이글스 편대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 상공에 오륜마크를 그린 사진을 10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9일 열린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올림픽에 선수단과 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공군은 평창 겨울올림픽 D-30을 맞아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블랙이글스 편대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 상공에 오륜마크를 그린 사진을 10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9일 열린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올림픽에 선수단과 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9일 밤 우리 정부 발표)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10일 새벽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남북 고위급 회담의 공동보도문 3항을 두고 남북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남측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표현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러나 북측의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은 미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측이 ‘우리 민족끼리’라는 북한식 표현을 고집해 관철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남북 공동발표문에서 문구가 서로 다른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민족끼리’라는 건 북한이 과거부터 쓴 언급이고, 과거 합의에도 이 표현이 들어간 적이 있다”며 “북측의 표현이나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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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한 표현의 차이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간엔 북한이 앞으로 남측에 보낼 청구서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9일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는 남측이 아닌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선권 수석대표는 “이 (비핵화) 문제를 박아 넣으면 (중략) 좋은 성과를 마련했는데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비핵화 문제는 남측과 논의하지 않으면서 남측에 대북 지원이나 경제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북한이 앞으로 이 조항을 근거로 남측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공조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남북의 동상이몽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이 ‘절반의 성공’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남북이) 합의했다고 비핵화를 풀어 나가는 데 국제사회와 공조를 안 하겠느냐”며 “비핵화뿐 아니라 남북 관계와 관련해 북측에 할 얘기를 다 했다”고 말했다. 남측이 제안한 2월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 조 장관은 “‘남북 관계를 좀 더 풀어 나가면서 같이 보자’는 게 북측의 입장이었다”며 “남북이 합의한 각급 회담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의 앞날엔 지뢰가 곳곳에 깔려 있다. 평창올림픽(2월 9~25일)이 한창 진행 중일 2월 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로, 북한이 ‘광명성절’이라 칭하며 각종 도발 계기로 삼아 온 날이다. 설령 패럴림픽(3월 9~18일)까진 조용히 넘어간다고 해도 4월엔 또 김일성 생일인 소위 ‘태양절’(15일)이 포진해 있다. 남측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언제든 도발 버튼을 누를 수 있다.
 
향후 남북 관계의 시험 무대는 9일 양측이 합의한 군사 당국 회담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10일 군사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아직 남북 군사 당국 회담에 나설 우리 측 대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유관 부처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 의제는 평창올림픽에 관한 것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 북한 측과 남북 군사 당국 회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회담에서 평화 환경 조성의 명목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를 꺼내고 싶어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요구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문제는 대북 확성기를 내준다면 대신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받아 낼 것이냐는 점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면 안 된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또는 재발 방지를 확실히 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철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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