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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반발 거세자 …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미룰 듯

중앙일보 2018.01.09 01:01 종합 10면 지면보기
교육부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고려해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 교육 금지를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늦춰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유치원·어린이집과 달리 영어 교육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 유아 대상 전일제 영어학원(이른바 ‘영어유치원’)의 규제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8일 현재까지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은 원론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정규 수업에선 영어수업이 이미 금지됐고, 올 3월부턴 방과후 수업에서도 영어 교육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이에 맞춰 영어 교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초등학교와 똑같이 당장 3월부터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선 한발 물러서고 있다. 8일 교육부 신익현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초등학교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는데, 공교육 교육과정을 따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시행 시기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3월, 9월이나 내년이 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도 어린이집에서 영어 교육을 당장 폐지하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 권병기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교육부로부터 영어 교육 금지 논의를 지난달 하순 처음 제안받았다. 교육부 입장을 존중하지만 어린이집은 시행 규칙상 특별활동으로 영어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금지하려면 법령 개정에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 교육 폐지 방안을 이달 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소위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규제 방안도 함께 발표한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 교육을 금지하면 영어유치원 같은 사교육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신 국장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교육시간, 학원비, 시설 기준 등을 살펴 규제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향후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법적으로 유치원이 아니어서 교육부가 영어교육 금지를 강제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교육부의 규제 방안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과도한 학원비를 단속하거나 미비한 안전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박표진 한국학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공교육에서만 영어를 배워도 충분하다면 누가 학원에 오겠느냐”며 “공교육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학원 규제만 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조치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녀를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낸 학부모 최모(38)씨는 “엄마들이 매달 100만원 넘게 쓰며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인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라도 영어를 접하지 못하면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들도 교육부에 반대하고 있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유치원에선 영어를 놀이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유치원 영어교육을 선행학습이라고 보는 것은 관점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또 “교육부가 정책을 다 결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호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관련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남윤서·윤석만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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