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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영어금지 정책' 반발에 "영어유치원도 규제"

중앙일보 2018.01.08 16:52
서울 종로구 롯데백화점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중인 아이들.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됨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중앙포토]

서울 종로구 롯데백화점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중인 아이들.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됨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중앙포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교육 금지를 추진하는 교육부가 학부모 반발에 부딪히자 정책 적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올해 3월 신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학기나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교육부는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른바 영어유치원)에 대한 규제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금지, 시행은 언제부터?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되는데, 이에 발맞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같이 당장 3월부터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8일 신익현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초등학교에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는데, 공교육 교육과정을 따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시행 시기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3월이 될지, 9월이 될지, 내년이 될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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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도 당장 방과후 영어 교육을 폐지하는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병기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교육부로부터 영어 교육 금지 논의를 처음 제안받은 것이 12월 하순이다. 교육적으로는 교육부 입장을 존중하지만, 어린이집은 시행 규칙상 특별활동으로 영어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어 금지하려면 법령 개정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규제, 효과 있을까? 
교육부는 이달 말에 방과후 영어 교육 폐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소위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규제 방안도 함께 발표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수업을 금지하면 오히려 '영어유치원'같은 사교육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신 국장은 “영어 학원의 교육 시간, 학원비, 시설 기준 등을 살펴 규제하는 방안을 만들겠다”며 “필요하다면 향후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유아 영어 사교육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도한 학원비를 단속하거나 미비한 안전 시설을 개선을 요구해 학원들을 압박할 수는 있지만 민간 업체의 교육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녀가 영어유치원을 졸업했다는 학부모 최모(38)씨는 “엄마들이 매달 백만원 넘게 쓰면서 영어유치원을 보내려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인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접해보지 못하게 된다면 더 불안해진다”며 “영어유치원이 없어지면 과외라도 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표진 한국학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공교육에서만 영어를 배워도 충분하다면 누가 학원을 오겠느냐"며 "공교육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학원 규제만 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에 대한 의견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에 대한 의견들

 
학부모와 교사 등은 교육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교육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교육을 폐지하지 말아달라는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지금도 유치원에선 영어를 놀이 형태로 접근하고 있어 유치원 영어교육을 선행학습이라고 보는 관점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교육부가 정책을 검토하는 시점이 아니라 다 결정해놓은 상태에서 의견을 묻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우려하는데 교육부만 추진해야 한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교육현장 패싱' 정책 추진, 반발 키워  
최근 정부가 교육 정책 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교육현장 패싱’ 정책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교육부는 교장 자격이 없는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자율학교 등 내부형 공모제를 실시하는 학교 중 15%만 교장 자격 미소지자가 교장이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비율 제한을 없앤다는 내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은 “무자격 교장 공모제 확대를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교육부는 승진 위주 교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이들은 전교조 등 특정 세력에 교장 몰아주기라고 주장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부가 불과 정책 발표 며칠 전에 의견을 묻고는 ‘미리 알려줬다’는 식이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통령 공약이니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인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서 부처간에서도 의견 청취가 원활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복지부가 지난 연말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을 내놨지만 교육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영유아 관리 책임의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정부는 뒤늦게 국무총리실 주재로 교육부와 복지부 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자칫 부처간의 갈등으로 비춰지면 안되기 때문에, 총리실 주재로 회의를 열어 협의 중이다. 학교 현장의 우려를 해결할 방안을 만들고 어린이집 설치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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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찌감치 의견 수렴 과정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장지호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부터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를 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면 설득과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부족했기 때문에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책 방향이 다 결정된 이후 의견 수렴은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별 의미없는 요식행위로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남윤서·윤석만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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