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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UAE 미스터리 방정식…실마리는 '원전'

중앙일보 2018.01.06 06:00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왜 방문했을까.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인 이 문제에 대한 후속 보도가 잇따르면서 점차 사안의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청와대는 임 실장의 특사방문 이유에 대해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미스터리가 돼 버렸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임 실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한국-UAE간 긴급한 외교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UAE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불만을 품거나, 또는 MB의 비리를 캔다며 원전 관련 리베이트를 뒤지는 데 반발했다는 해석과 함께 곁들이면서다.
 
이런 주장들은 임 실장의 특사 방문이 하루 늦은 지난해 12월10일 공개됐고, 청와대가 특사방문을 설명하면서 여러 번 말을 바꾸자 정치권 일각에선 설득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UAE 미스터리’는 어느 특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MB)-박근혜-문재인 정부에 두루 걸쳐 있다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키워드는 ‘원전’이었다.
 
한국전력공사 임직원이 지난 2014년 9월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3호기의 첫 건설주요 공정인 원자로 건물 최초콘크리트 타설을 시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 임직원이 지난 2014년 9월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3호기의 첫 건설주요 공정인 원자로 건물 최초콘크리트 타설을 시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한국전력공사]

 
한국은 2009년 12월 UAE의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UAE는 한국에 원전을 따내는 대가로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요구했다. 이른바 패키지 딜”이라고 소개했다.
 
UAE는 아라비아 반도의 소국이다. 인구는 985만6000명(2016년)인데 UAE 국민은 이 중 20%도 안 된다. UAE의 가상 적국은 인구 7921만명(2016년)의 대국 이란이다. 원전 입찰 당시 프랑스가 공군 주둔을 약속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한국이 승리했다. 군 소식통은 “이란은 북한과 군사교류가 잦고, 무기체계도 비슷하다”면서 “UAE는 한국이 프랑스보다 이란을 더 잘 막아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국가인 프랑스 군인이 자국을 지키는 데 UAE의 반감도 있었다고 한다.
 
MB는 UAE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0월 조인한 한국-UAE 군사협력협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당국자는 “이 협정은 의례적 성격”이라며 “한국은 다양한 국가와 군사교류협정을 맺었다”고 말했다.
 
 
 
2016년 7월 19일 아크부대 11진 환송식이 특수전사령부 대연병장에서 열렸다. 환송식이 끝난 뒤 자녀 셋을 둔 '다둥이 아빠' 변영남 상사가 자녀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6년 7월 19일 아크부대 11진 환송식이 특수전사령부 대연병장에서 열렸다. 환송식이 끝난 뒤 자녀 셋을 둔 '다둥이 아빠' 변영남 상사가 자녀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방부는 검토 결과 UAE와의 상호방위조약은 한국 입장에서 산유국인 이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온 게 협정과 양해각서다. 협정과 양해각서는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아도 돼 비밀로 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실무진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양국은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그 내용 가운데 한국이 UAE에 무기를 팔면 해당 무기의 운용법을 UAE군에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한국군을 파병한 뒤 사실상 UAE의 방위를 한국이 일부 분담하는 것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2011년 11월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의 경우 UAE 특수전 병력을 훈련하기도 하지만 유사시 한국 교민을 보호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아크부대는 비공식적으로 UAE 요인을 경호하는 임무도 가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아크부대 부대원이 UAE군을 소총사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아크부대 부대원이 UAE군을 소총사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한국-UAE의 ‘군사협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흔들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UAE와의 비밀 군사협정과 양해각서를 지키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UAE가 불만을 표시했고, 그래서 한국이 제시한 게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이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 군수지원체계를 사실상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아크부대의 현지 군수지원 문제 때문에 체결했다고 하지만 한국군 파병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양국간 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 불거졌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외교부가 MB와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찾는 과정에서 UAE와 비밀리에 맺은 협정과 양해각서가 발견됐다”면서 “외교부 내부에서 공개 여부를 검토하다 청와대와의 조율 후 ‘조용하고 원만히’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3일 UAE로 날아간다. 임 실장의 특사방문과 마찬가지로 당시 국방부는 ‘해외파병부대(아크부대) 격려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협정과 양해각서를 제대로 지키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송 장관과 함께 UAE에 갔다. 윤 차관보는 임 실장의 UAE 특사방문 때도 같이 갔던 인물”이라며 “국방부 장관의 해외 순방에 외교부 고위간부가 동행하려는 외교 조약에 대한 업무와 관련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 UAE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사진은 부대 브리핑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 UAE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사진은 부대 브리핑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

 
박근혜 정부 때부터 한국의 이행 의지를 의심한 UAE는 크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3실장(비서ㆍ안보ㆍ정책실장)’ 중 한 명을 UAE에 특사로 보내야만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지난해 12월13~16일)과 무관한 임 실장이 선택된 이유다. 임 실장은 당시 UAE 측과 ‘바라카 원전을 한국 무기를 활용해 한국군이 지킨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MB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책임이 있는 사안이며, 동시에 다른 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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