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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GDP 5위 시장 … 중국이 인심 잃어 한국엔 기회

중앙일보 2018.01.04 01:23 종합 4면 지면보기
신시장, 남쪽으로 가자<상> 차이나 중독 벗자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이 지난해 11월 13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1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왼쪽부터).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이 지난해 11월 13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1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왼쪽부터). [중앙포토]

지난해 8월 8일로 창립 반세기를 맞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브루나이로 이뤄진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2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명목금액 기준). 한국의 2배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인구는 약 6억4000만 명으로 전 세계의 8.8%를 차지한다. 인구 5억1000만 명인 유럽연합(EU)보다 큰 시장이다. 아세안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중국·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은 물론 아세안과 한·중·일은 물론 인도·호주·뉴질랜드까지 모두 16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아세안 국가의 상당수가 아직 경제나 교역은 물론 과학기술·문화·교육·기술훈련·인프라 등 미래 사회 발전을 위한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갈증을 풀어 줄 국제협력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이 거대 블록에 포함되고 교역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경제·외교·문화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이 아세안에 더 팔 것을 찾기보다 아세안이 한국에 원하고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협력 아이템을 찾아 함께 가꾸는 공동 프로젝트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교역 확대를 외치기보다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 그리고 대한 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교류·교육·기술훈련·문화·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 역할을 맡기엔 가난한 개도국에서 경제 성장의 신화를 쓴 한국이 제격이다.
 
태국 빼곤 식민지 경험, 서구사회 경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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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이 70년대 동남아에서 ‘이코노믹 애니멀’로 불린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지나치게 중상주의적으로 접근하거나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자칫 인심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 필요를 강조하며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남아는 줄곧 사람 중심의 접근을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오랫동안 식민지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어 서구를 경계하는 편이다. 투자를 앞세워 접근하면서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일으킨 중국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이를 위해선 아세안 자체는 물론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한 이해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국가연합 성격이긴 하지만 회원국의 체제와 주민들의 문화적 배경이 서로 상당히 다르다. 민족(말레이족·타이족·킨족·크메르족·버마족 등)과 종교(이슬람·불교·가톨릭), 정치체제(민주주의 시장경제 및 일부 완화된 사회주의 중앙통제경제)가 서로 다른 이질적인 국가들이 모여 있다. 이런 나라들이 모인 상황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내정 불간섭’ 원칙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 간의 충돌을 막는 아세안의 지혜다.
 
이와 함께 나라의 크기나 경제 수준과 관계없이 동등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동남아 국가의 이런 문화적 바탕과 상호관계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이른바 VIP 국가(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은 자칫 아세안 내부에서 불만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와의 교류 확대를 우리 시각과 필요성이 아니라 아세안 국가와의 상호 협력을 위해 진행한다는 자세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상호 협력이다. 서명교 한국외대 마인어과 교수는 “한국이 동남아와의 교류를 늘리려면 투자는 물론 인재 양성도 장기 투자해야 한다”며 “지역전문가 양성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중국 의존에서 탈피하고 교역 다각화를 이루기 위해선 아세안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을 원한다. 하지만 21세기엔 경제력이나 힘을 강조하는 외교는 역작용을 부를 수 있다. 한국이 정밀한 전략 마련과 충분한 준비 과정을 통해 아세안으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다.
 
◆ 취재팀=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최익재·강혜란·홍주희·김상진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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