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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2억 뛴 집값 ‘강남불패’ 올해도 이어질까

중앙일보 2018.01.04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분양권 전매가 급증했다. [중앙포토]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지난해 말 분양권 전매가 급증했다. [중앙포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직전 거래 가격이 14억원에 육박했던 94㎡(이하 전용면적)가 대책 이후 1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거래량도 7월 8건에서 8월엔 한 건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14억원을 훌쩍 넘기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강남권은 역대 최강급으로 꼽히는 8·2대책 후 크게 움츠러들었다가 지난해 10월 슬금슬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만 들썩이는 불안정한 상승세였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들어 거래가 급증하며 가격 상승세가 확산됐다. 강남권은 올해도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200여 건으로 한 달 전보다 23% 늘었다. 강남권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1300여 건에서 1800여 건으로 34% 급증했다. 특히 강남구는 50% 넘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강남권 거래 건수는 집값이 크게 올랐던 2006년이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다시 달아올랐던 2015년과 비슷하다. 2006년과 2015년 12월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1800여 건이었다.
 
가격 상승세도 기록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강남권 3개 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5년을 뛰어넘어 2006년과 비슷했다. 송파구 상승률은 2%를 넘었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1.7%, 1.46%로 서울 전체 평균(0.86%)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초고층 건립 확정으로 상승가도를 달리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110㎡는 한 달 새 1억원 가량 올라 지난해 12월 1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59㎡는 15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59㎡는 12억원을 넘어 12억35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강남권 거래 급증은 새해 본격적인 주택시장 규제를 앞둔 ‘반짝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 1월부터는 과세표준 3억원 이상의 양도세율이 2%포인트 올랐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는 1월 말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강남권 거래량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가격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투자수요가 빠지며 강남권 주택 수요는 줄었는데 시장에 나오는 매물(공급)은 더 많이 줄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 강남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이미 거래가 제한됐다. 정부는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면 그 전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다주택자가 장기 보유 쪽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거란 시각도 있다. 송파구 잠실박사공인 박준 대표는 “다주택자를 포함한 집주인들이 가격이 계속 오른 강남권 집을 좀처럼 팔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도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다.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여서 전용 85㎡ 이하는 100%, 85㎡ 초과는 50%를 청약가점제로 뽑는다. 무주택자가 아니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렵다. 분양권 전매 금지로 인해 분양권을 사지도 못한다. 1주택자나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살 수밖에 없다.
 
교육 정책에선 정부가 강남권 수요를 자극하는 셈이 됐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키로 하면서 강남권 명문 일반계고를 찾는 학군 수요가 늘고 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세금 등 규제로 어차피 한 채밖에 살 수 없다면 자본 이득을 많이 기대할 수 있는 ‘블루칩’에 수요가 쏠린다”며 “노무현 정부 때의 ‘똘똘한 한 채’가 강남권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도 재건축 단지 가격을 잡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제도는 사업 초기 단지만 적용되는데 현재로선 재건축 부담금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부담금을 결정하는 준공 시기와 분양가, 앞으로의 집값 상승률 등을 짐작할 수 없어서다. 잠실5단지·은마 등은 지난해 이미 환수제 대상으로 굳혀졌는데도 상관 없이 가격이 뛰고 있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올해 재건축 시장을 들썩이게 할 재료가 남아 있다”며 “압구정 재건축이 가시화하고 잠실5단지와 은마가 사업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1만 가구에 가까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강남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사라지는 주택도 못지 않게 많아 보인다.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 대거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가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재건축 분양가를 억제하는 민간택지 상한제가 남아 있는데 분양시장 규제책이어서 기존 집값을 제한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강남권 3개 구 모두 집값 상승률, 청약경쟁률 등 상한제 적용 요건은 갖췄다. 보유세 인상도 매물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 가격이 강세일 때는 세금보다 집값이 훨씬 더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지난해 연말을 지나면서 ‘강남 불패’ 인식이 더욱 강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로 집값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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