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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이란·사우디 ‘시아파 초승달’ 쟁탈전에 국제 유가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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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이란·사우디 ‘시아파 초승달’ 쟁탈전에 국제 유가 요동

중앙일보 2017.12.30 01:00 종합 15면 지면보기
유전지대서 불붙는 중동 패권 다툼
시아파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의 수도 사나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모습.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후티 반군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아파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의 수도 사나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의 폭격을 받은 모습.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후티 반군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전지대인 중동의 지역 패권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2018년 국제유가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시아파 세력권을 가리키는 지정학적 개념인 ‘시아파 초승달 지대’가 지역 패권 격돌장이 되고 있다.
 
‘시아파 초승달 지대’는 페르시아만의 바레인(시아파 인구 65%)에서 시작해 그 북쪽으로 이란(90~94%), 그 서쪽으로 이라크(65%)와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16%이나 정부군이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트(11%)가 주축)를 거쳐 레바논(27%)까지 이르는 지역이다. 아라비아 반도 서남부 예멘을 포함할 수도 있다. 이란은 자국에서 서쪽으로 이라크-시리아-레바논까지 시아파 세력권을 지리적으로 연결해 지중해 쪽 출구를 확보하려는 야심이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한 군사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지역의 시아파 세력을 연결해 지중해 쪽 출구를 확보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 를 통해 지역 패권국가로 성장할 지정학적인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시아파 초승달 지대’는 중동에서 이러한 이란의 세력 확장 야망, 이슬람 종파 문제, 지정학적인 고려를 결합한 용어다.
 
중동 시아파 초승달 지역과 수니파 연합국 세력 비교

중동 시아파 초승달 지역과 수니파 연합국 세력 비교

‘시아파 초승달 지대’를 장악하려는 야심이 꿈틀거리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친이란 시아파의 집권이었다. 이라크 인구는 시아파 64.5%, 수니파 31.55%로 구성됐는데 수니파인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선거를 실시하자 인구가 다수인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그러자 사우디는 2014년 9월부터 814㎞ 길이의 이라크 국경을 따라 방호 장벽을 쌓고 있다. 5중 차단벽을 설치한 첨단 시설이다. 3만 명 규모의 국경 경비대가 배치돼 감시시설에서 근무하게 된다. 20㎞마다 감시 레이더를 설치하고 벽에 감지 센서까지 부착해 외부인의 침입을 통제한다. 공중에는 정찰기와 무인감시기가 상시 정찰활동을 편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는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트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지원 중이다. 사우디는 이에 맞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수니파 반군을 돕고 있다.
 
종파와 권력 분쟁의 성격이 동시에 있는 예멘 내전(2015년 시작)에서 이란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며 사우디에 견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란과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과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2015년 파병하면서 적극적인 이란 세력 확산 저지에 나서고 있다.
 
예멘 내전에 참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지상군.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안전을 위협한다. [사진 해당 군 사이트]

예멘 내전에 참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지상군.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안전을 위협한다. [사진 해당 군 사이트]

지난 11월에는 레바논에서 날아온 작은 돌이 중동이라는 바다에 일파만파를 불렀다. 11월 4일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시아파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하리리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이를 지원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비난해 그의 사임은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다종교 국가인 레바논은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도,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 국회의장은 시아파 무슬림이 맡는 등 종교·종파 간 권력 배분을 명문화하고 있다. 수니파인 하리리는 사우디에 의지해 시아파 헤즈볼라에 대항한 셈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이 아닐 수 없다. 하리리는 11월 21일 귀국했으며 다음 날 사임을 유보해 사건은 일단 진정세지만 언제 다시 불붙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UAE가 이란·이라크와 대결을 벌이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유가가 2018년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군수물자 ‘고객’인 사우디 편만 들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혼미해질 태세다.
 
예멘 내전에 참전한 아랍에미리트 육군. [사진 해당 군 사이트]

예멘 내전에 참전한 아랍에미리트 육군. [사진 해당 군 사이트]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예멘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사우디 국방장관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과의 대결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이미 2016년 1월 “아랍 세계는 시아파의 보름달에 맞서고 있다”며 이란을 경계했다. 이는 2015년 12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시아의 초승달도, 수니의 초승달도 없으며 오직 이슬람의 보름달만 있다”며 “이슬람 세계는 단결해서 전 세계에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역공이었다.
 
이미 예멘 내전은 상당한 희생자를 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1월까지 451명의 전사자를 냈다. 항공기 2대와 헬기 9대, 그리고 M1 에이브럼스 전차 20대를 잃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행하는 ‘밀리터리 밸런스 2017’은 사우디와 함께 수니파 연합군으로 참전 중인 UAE가 국립묘지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UAE는 예멘에서 120명의 전사자를 내고 항공기 3대와 헬기 3대를 잃었다. 사우디와 함께 참전 중인 수단도 420명의 전사자를 냈으며 후티 반군에 맞서 싸우는 예멘 정부군도 164명 이상이 전사했다.
 
민간인의 희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예멘 NGO 인권개발법률센터(LCRD)는 지난 12월 중순까지 1만2041명이 사망하고 2만1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유엔은 8670명, 미국외교협회(CFR)는 1만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지난 11월 말까지 발생한 것으로 각각 추정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사우디 알아라비아 방송 보도 등을 종합하면 사우디에서도 지난 11월 말까지 500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멘 내전에 참전한 예멘군의 모습. [사진 해당 군 사이트]

예멘 내전에 참전한 예멘군의 모습. [사진 해당 군 사이트]

게다가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을 수시로 사우디는 물론 UAE 쪽으로도 발사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물론 사우디와 UAE는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을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동원해 요격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까지 구매해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4일에는 국경에서 1200㎞ 떨어진 사우디 수도 리야드 공항 근처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날렸다가 패트리엇 미사일에 요격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4일 “이 미사일이 이란에서 제조돼 후티 반군에 넘겨졌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12월 초 후티 반군은 사우디 리야드의 왕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동맹국인 UAE도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후티 반군이 UAE에 한국이 짓고 있는 200억 달러짜리 원전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후티 웹사이트를 인용해 보도해 충격을 줬다. 물론 UAE 국영통신사 WAM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UAE는 이런 종류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대공방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후티 반군이 UAE에 대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중동 전역이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018년 국제유가를 뒤흔들 가장 큰 요인으로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를 꼽을 수밖에 없다.
 
[S BOX] 시아파 있는 국가 연결하면 지도에 초승달 모양
‘시아파 초승달’은 원래 독일에서 나온 학술 용어다. 이슬람 시아파가 인구에서 다수든지, 소수파지만 인구 규모가 정치적 영향력을 끼칠 만한 수준에 있는 중동 국가를 지도에서 연결하면 반달 또는 초승달 모양이 된다는 데서 착안했다. 2004년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거론하면서 주목받게 됐다. 압둘라 2세는 2005년 1월 30일로 예정됐던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이란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라크 수니파가 총선을 보이콧하면 시아파가 의회를 장악하면서 이라크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경고였다.
 
2005년 이라크 선거 결과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이라크 시아파 정권은 이란과 협력을 강화해 지난 7월 이라크 정부군이 북부 중심 도시 모술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하는 전투에 이란 요원이 개입했을 정도다. 미국 등 서방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라크는 알라위트파 알아사드 정권이 집권 중인 시리아를 거쳐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레바논으로 이어진다. 시아파 세력이 이란에서 중동 중심부를 관통해 지중해까지 이어진다. 이란이 중동 패권국가가 되는 ‘그랜드 플랜’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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