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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한다며 외교안보 비밀을 잇따라 공개하는 정부

중앙일보 2017.12.28 18:01
국방부는 지난 27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주재로 보안심사위원회를 열고 사이버사령부의 군사비밀 21건을 전체 또는 부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보안심사위가 열린 것도, 보안심사위에서 비밀해제를 의결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에 앞서 국회 국방위 소속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 요구가 있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방부는 27일 이와 관련,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과 관련이 있는 군사비밀은 의혹을 해소하기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안심사위를 소집한 이유가 이 의원이 요청한 군사비밀의 공개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28일에서야 “이 의원이 지난 26일 ‘공개 결정된 자료 일체를 제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만 시인했다.
 
이런 사이 27일엔 국방부와 이철희 의원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방부가 오후 6시 48분 출입기자단에게 e메일로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 개최 결과 보도자료’를 보냈다. 18분 후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김관진 12년 4월 총선 개입문건 확인’이란 자료를 돌렸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남 C(사이버)-심리전 관련 대응전략(대응전략)’ 문건의 사본을 첨부했다. 이 문건은 이날 보안심사위에서 공개가 결정된 군사비밀 중 하나였다. 오후 7시 23분 국방부가 추가로 ‘공개결정 자료목록 세부내용’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방부가 이 의원실보다 보도자료를 늦게 보내는 게 모양이 안 좋아 가급적 빨리 보내라고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의원 요구에 따른 비밀 해제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보안심사위원회가 국방부 장관에게 비밀공개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군사보안업무훈령 196조)는 근거를 들면서다. 
 
하지만 보안심사위의 최초 소집, 최초의 비밀 해제 결정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 의원 간 사전 협의도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방부가 사이버 댓글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응전략’에 대해 설명하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공식적으로 26일 공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요청하고 바로 다음날 비밀을 해제했다는 의미다.
 
‘대응전략’을 제외한 나머지 군사비밀 20건은 모두 국방부 스스로 공개하기로 한 것들이었다. 군 소식통은 “국방부가 댓글 사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껴 이 의원의 요구를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나간 것”이라며 “국방부 내부에서도 정치권 눈치 보기 때문에 군사비밀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우려가 높다 “고 전했다.
 
국방부를 포함, 외교안보 부처의 비밀자료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통일부는 28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가 지난 27일 한·일 위안부 합의의 비공개 부분을 공개하고, 같은 날 국방부가 사이버 댓글 공작 관련 군사기밀을 해제한 데 이어서다.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위원회는 정보활동 문건이 들어 있는 메인 서버를 열었다.
 
적폐청산을 위한 과도한 비밀공개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발목 잡기’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북한과의 접촉이나 협상은 공개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정부가 나중에 공개될 걸 염려해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편법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현 정부의 일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송 장관이 지난달 초 아랍에미레이트(UAE) 방문할 때 동행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의 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밝히기가 제한된다(불가하다는 의미)”고 답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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