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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2월 노림수 … 여동생 여정 ‘평창’ 파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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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lee.youngjong@joongang.co.kr

김정은의 2월 노림수 … 여동생 여정 ‘평창’ 파견할 수도

중앙일보 2017.12.27 01:00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김정은의 2월 노림수 … 여동생 여정 ‘평창’ 파견할 수도 
북한 체제의 속내나 정책 노선을 제대로 들여다보긴 쉽지 않다. 체계적 분석이나 전망은 더욱 어렵다. 폐쇄적 속성 때문에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쓰일 잣대가 미덥지 않다는 점에서다. 연말이면 내로라하는 대북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골머리를 앓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991년 4월 설립된 통일연구원(원장 손기웅)은 간판급 국책연구기관이다. 이런저런 한계 속에서도 공신력 있는 전망 보고서를 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연구실 등 5개 팀 박사급 연구원 50여 명의 ‘집단지성’이 완성한 2018년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김정은 정권의 행보를 예견해 본다.
 

2017년 한 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로 점철됐다.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와 김정은의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시발점은 김정은의 신년사였다. “ICBM 발사 마감 단계”라는 그의 말에 발맞추려는 듯 북한 군부와 국방공업 부문은 폭주를 거듭했다. 하지만 체제 내부의 피로감도 심각하다. 엘리트의 이반이나 민심 동요 등 대북제재로 인한 위기감도 만만치 않다. 도발 국면으로 내달리기보다는 전술적 숨 고르기 국면이 필요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내년에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다. 3대 세습 권력은 파국이냐, 노선 변화를 통한 생존 모색이냐 하는 벼랑 끝에 섰다. “2018년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북한, 미국·중국 등 유관국들이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통일연구원의 진단이다. 닷새 뒤 선보일 김정은 신년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2018년 한반도 주요 일정

2018년 한반도 주요 일정

◆김정은, 신년사에 어떤 중대 제안 담을까=조선중앙TV로 중계될 육성 연설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 군사적 신뢰 조치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제안일 수 있다. 도발 일변도에서 화전(和戰) 배합으로의 변환인 셈이다.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통해 이른바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재확인했다고 자체 판단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은 “북·미 관계의 대결 국면을 우회하기 위한 남북 관계 공간 확보라는 측면에서 ‘평화 공세’를 취하는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경제적 실익 챙기기 쪽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과 대남 위협에 따라 우리 국민의 대북 감정이 싸늘하게 식은 상황이라 정부엔 고민거리다. 대외적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핵 군축 주장을 더욱 노골화할 공산도 크다. 이 같은 유화적 제스처는 대북제재와 압박 국면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북 관계 해빙 가능한가=봄바람이 불어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안을 모두 무시하거나 거부했다. 새해에도 한국 주도의 남북 당국 대화나 교류·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시도하는 북한이 핵 포기나 동결을 전제로 한 회담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미·중 등 주변국도 남북 간 대화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다만 평화 공세 차원에서 김정은 신년사 등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주장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어 대비는 필요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최고위급 회담’ 등을 언급해 한국의 반응을 떠보고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은의 대화 제안이 제대로 이행된 적은 없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돌파구 열리나=김정은의 최종 결심 여부에 따라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는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통일연구원의 전망이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체육강국 건설’을 표방해 온 데다 국제 체육행사의 경우 정세와 무관하게 선수단을 파견하거나 평양에서 행사를 예정대로 치른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군사연습 시기 조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이 방문한 적도 있다.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파견하는 깜짝쇼를 벌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전 세계 이목이 쏠린 올림픽 무대에 김여정을 세움으로써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자기 주도의 판을 짜려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초청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고위 인사의 참석이 성사될 경우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 복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미사일 추가 도발 가능성은=대북제재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도발 일변도의 행태를 보여 온 북한이 2018년부터는 관리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통일연구원은 내다본다.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통해 수위 조절의 명분을 얻었다는 측면에서다. 2018년부터는 ICBM급 전략 도발이나 핵 능력 과시라는 압박감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것이란 얘기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들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최종 관문’이나 ‘마감 단계’ 등으로 핵·미사일 도발을 밀어붙인 북한이 이젠 피로감을 털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전략자산과 확장억제전력의 틈새를 노리는 산발적 도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미 군사연습 기간 중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거나 지대함·함대함 순항미사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는 도발 자제를 통한 정세 관리와 이미지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대화 열릴까=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북한의 총력전과 미국의 제재·압박이 충돌하는 갈등 국면은 새해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2017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혼선에도 불구하고 이런 원칙은 북한과의 대화 시작을 위한 조건으로 유지되고 있다.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문턱을 낮출 경우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국제공조가 와해될 수 있다. 북한의 평화 공세가 본격화돼 대화 재개를 위한 표면적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도 의미 있는 북·미 대화나 관계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북제재 약발 먹히나=2018년 상반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은 버티기에 나서겠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9월 6차 핵실험 도발로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2375호가 본격 가동한 올 4분기를 기점으로 타격은 점점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엔 ICBM급인 ‘화성-15형’ 발사로 인한 안보리 결의 2397호가 보태졌다. 북한은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려 내년엔 내부 정비기간을 가질 수 있다. 정권 수립 70주년에 부응할 경제 성과나 치적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크다. 평양 뉴타운 건설 같은 이벤트로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 했지만 이젠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성과를 보여 줘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이 23일 폐막한 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폐막사에서 “당 중앙은 인민을 위한 많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통 큰 작전의 과감한 전개’를 공언한 것도 주민 불만을 무마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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