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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내쫓는 ‘강사법’ 일단 1년 더 미룬다

중앙일보 2017.12.25 01:00 종합 13면 지면보기
대학교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또 한 차례 연기된다. 2011년 11월 법안 마련 이후 네 번째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4일 “이해관계자인 강사들 단체와 대다수 대학이 강사법 시행을 반대하고 있어 시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문위와 법제사법위원회는 시행을 2019년 1월 1일로 연기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긴 상태다.
 
유 위원장은 “1년 유예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본회의는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무산된 이후 아직 잡히지 않았다.
 
당초 강사법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2010년 광주의 한 대학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계기였다. 이듬해 11월 처음 법안이 마련됐다. 주 9시간 이상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에게 대학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강사단체 등은 “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극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나머지에겐 주당 9시간 미만 강의를 맡기거나 해고할 우려가 있다”며 강사법 시행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월이던 강사법 시행이 2014년 1월로 처음 연기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런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대학들도 법대로 할 경우 예산 부담 등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법 시행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시행을 2016년 1월로 다시 2년 연기했다. 2015년 말에도 같은 일이 반복돼 2018년 1월로 시행이 늦춰졌다. 이번에 또다시 1년 연기가 확정되면 강사법은 총 4차례 시행이 미뤄지는 셈이다.
 
법이 시행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강사 해고는 현실화돼 시간강사는 2011년 10만3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9000여 명으로 줄었다.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자 국회는 교육부에 강사 처우 개선을 포함한 법안 개정안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교육부가 내놓은 안은 강사들로부터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팀 티칭·계절학기 강사, 그리고 기존 강의자의 공백에 따른 대체 강사 등은 1년 미만으로 계약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둔 것이 문제가 됐다. 시간강사들은 “원래 법안보다 후퇴했다. 개악 중의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강사법 시행 반대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달 23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강사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나타날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다수가 시행을 반대하는 강사법을 개선하기 위해 폐기 등의 방안을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폐기를 공론화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완전 폐기’와 ‘2년 유예’ 2가지 방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국회 교문위는 여론 수렴을 이유로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김현주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국회가 폐기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입법 이전인 2011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1월부터 강사단체와 대학 등의 추천을 받아 협의체를 구성해 대체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사들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고선 강사법 시행으로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4번이나 유예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정부와 국회 모두 개선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의 담당 시수, 업무 종류와 양을 고려해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전민희·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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