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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2012년께 중국 학자 도움받아 ICBM 핵심기술 확보”

중앙일보 2017.12.22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북한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 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조사 결과 북한은 2012년 전후로 미사일 부품·소재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북한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똑바로 세우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 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조사 결과 북한은 2012년 전후로 미사일 부품·소재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12년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 중국인들과의 공동 연구 형태를 통해서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가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와 함께 2007년부터 10년간 북한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 54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유명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에 등재한 논문 중 북한 출신 학자 것만을 추렸다.
 
이 중 군사 분야 논문은 29건이며 특히 미사일과 관련된 ▶전자파 차폐 ▶복합재료 등 분야도 10건이 있었다. 전자파 차폐는 전자파가 주변기기에 영향을 줘 발생하는 오작동을 막는 기술이다. 복합재료는 미사일 동체의 무게를 줄이고 고열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7000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방열재료도 이에 속한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8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찾아 '4D탄소/탄소복합재료' 공정을 나열한 설명판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지난 8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찾아 '4D탄소/탄소복합재료' 공정을 나열한 설명판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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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모 겨냥한 ‘초음속미사일 날개’ 논문도
 
북한은 방열재료 중 특히 ▶나노 케이블 ▶고강도 초고온 복합재 강화재료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나노 케이블은 열방출 특성이 높아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소재다. 김일성종합대 소속 김용진이란 북한 연구자는 나노 케이블 논문 4건을 썼다. 권 전 교수는 “이들 논문을 살펴보니 북한의 미사일 소재, 부품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나노 케이블 논문의 경우 최신 연구 동향을 잘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이후 미사일 소재·부품 기술 연구 실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 전후로 북한이 연구단계에서 미사일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에서 미사일 동체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에서 미사일 동체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8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ICBM 제작에 이용하는 복합재료를 연구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북한이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기술을 준비한 사실도 발견됐다. 김일성대의 연구자인 권철호는 초음속 미사일용 조종날개 논문을 작성했다. 미사일 옆에 삼각형 날개(카나드)를 붙여 정밀유도를 돕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월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전 교수는 “권철호의 논문에 나온 기술을 적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정밀유도미사일. 스커드미사일 개량형으로 대함탄도미사일(ASBM)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노동신문]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정밀유도미사일. 스커드미사일 개량형으로 대함탄도미사일(ASBM)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노동신문]

 
전체 논문(549건) 중 김일성대 소속 연구자들의 논문이 236건이었다. 개인으로 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해당하는 북한 국가과학원의 김광현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센터장은 “북한은 제어 및 시스템공학, 전기전자공학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컴퓨터 과학·수학·물리학 분야 연구도 활발하다”며 “기초과학보다는 실용 중심 응용과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연구의 대부분을 중국과 했다. 최 센터장은 “북한 과학자 발표 논문 중 88.7%가 공동연구였고, 국제협력 대상은 중국이 80.9%로 가장 높다”며 “해외 체류 경험 북한 과학자는 총 212명인데 이 중 192명이 중국에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 부설연구소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했고 북한에 돌아와서도 협력관계를 이어 갔다. 과학자 출신 탈북자는 “과거에는 모스크바에 유학하며 소련인과 공동연구를 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주로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미사일 등 군사 분야에 활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대북제재와 전략물자 통제를 연구한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과의 고등과학분야 기술협력·교육을 금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협력해야 제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철재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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