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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중국이 관광보복 해? 대만, 동남아에서 대안 찾으며 홀로서기
채인택 기자 사진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중국이 관광보복 해? 대만, 동남아에서 대안 찾으며 홀로서기

중앙일보 2017.12.16 00:00 종합 15면 지면보기
글·사진 타이베이=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대만 남부 타이중(臺中)의 정성공((鄭成功,1624~1664)의 동상.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624~1662년 대만을 지배하던 당시 중심지였던 프로방시아 요새 자리에 있다. 지금은 츠칸러우(赤嵌樓)로 부른다. 중일 무역에 종사하던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정성공은 명청 교체기에 병력을 이끌고 대만으로 건너와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냈다. 동상은 네덜란드인 총독의 항복을 받는 모습으 재현했다. 정성공과 그의 후손들은 동녕왕국(東寧王國)을 세워 1361~1383년 통치하다 청나라에 흡수됐다. 이를 계기로 한족들이 대거 타이완으로 몰려왔다. 대만은 이를 대만 근대사의 시초로 보고 이곳을 관광지로 꾸며놓았다.

대만 남부 타이중(臺中)의 정성공((鄭成功,1624~1664)의 동상.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624~1662년 대만을 지배하던 당시 중심지였던 프로방시아 요새 자리에 있다. 지금은 츠칸러우(赤嵌樓)로 부른다. 중일 무역에 종사하던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정성공은 명청 교체기에 병력을 이끌고 대만으로 건너와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냈다. 동상은 네덜란드인 총독의 항복을 받는 모습으 재현했다. 정성공과 그의 후손들은 동녕왕국(東寧王國)을 세워 1361~1383년 통치하다 청나라에 흡수됐다. 이를 계기로 한족들이 대거 타이완으로 몰려왔다. 대만은 이를 대만 근대사의 시초로 보고 이곳을 관광지로 꾸며놓았다.

 
 
지난해 1월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하자 중국은 단체관광객 송출을 중단하며 경제적 압박에 나섰다.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만 여행업자들은 지난해 9월 12일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숙박업·관광버스업 종사자와 여행 가이드 등으로 이뤄진 13개 노조 단체 2만여 명이 참석했다.  
타이베이의 닝샤 야시장의 모습. 노점들도 다국어 간판을 달고 QR코드를 활용해 음식 재료이 원산지와 조리법을 고객들에게 알려주며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관광객이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타이베이의 닝샤 야시장의 모습. 노점들도 다국어 간판을 달고 QR코드를 활용해 음식 재료이 원산지와 조리법을 고객들에게 알려주며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관광객이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차이 총통에게 중국 단체관광객 송출을 복원할 대책만 촉구한 것이 아니라 제3의 대안도 제시했다. 줄어든 중국 단체관광객만큼 다른 나라 관광객을 늘릴 수 있도록 동남아 10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도 요청했다. 하지만 인구 2355만 명의 대만에는 이미 동남아 출신을 중심으로 약 3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가 있다. 불법체류자 증가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해 비자 규제 완화는 예민한 주제였다.  
대만소상공인 단체인 앝연맹총상회의 리팅궈 이사는 자그마한 야시장의 노점 상인들도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 간판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음식 재료의 원산지와 조리법을 알려주는 등 동남아 관광객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야시장에 온 손님들이 포장마차 음식을 일회용 포장 없이 담아갈 수 있는 친환경 스테인리스 도시락이다. 정부부터 야시장 노점상까지 중국의 경제 압박에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만소상공인 단체인 앝연맹총상회의 리팅궈 이사는 자그마한 야시장의 노점 상인들도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 간판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음식 재료의 원산지와 조리법을 알려주는 등 동남아 관광객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야시장에 온 손님들이 포장마차 음식을 일회용 포장 없이 담아갈 수 있는 친환경 스테인리스 도시락이다. 정부부터 야시장 노점상까지 중국의 경제 압박에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국가 정책과 국민 경제, 자존심과 밥그릇 사이에서 고민하던 대만 정부의 선택은 ‘동남아 관광객’ 확대였다. 대만 관광국의 황이핑(黃怡平) 국제과장은 “대만은 올해부터 ‘신남향정책’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 해당 지역 관광객을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를 오가는 항공로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아울러 인터넷과 관광지 현지 안내문을 중국어·영어·한국어에 더해 태국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과장은 “무슬림(이슬람신자) 인구가 많은 동남아 지역의 특성에 맞춰 수출용 할랄 산업을 키우고 동시에 국내 식당과 호텔을 ‘무슬림 프렌들리’로 전환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할랄은 코란 규정에 맞춰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가리킨다. 대만을 다니면서 ‘할랄’ ‘무슬림 프렌들리 업소’ 마크를 붙인 호텔과 식당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한국어 메뉴. 태국어, 베트남어도 준비 중이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한국어 메뉴. 태국어, 베트남어도 준비 중이다.

 
민간의 노력은 더욱 적극적이다. 대만소상인단체인 아태연맹총상회(亞太聯盟總商會)의 린팅궈(林定國) 이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야시장부터 ‘글로벌 프렌들리’ ‘무슬림 프렌들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이베이의 닝샤(寧夏) 야시장을 찾았더니 중간중간에 영어는 물론 태국어·베트남어 안내가 붙어 있다. 뿐만 아니고 야시장 포장마차에 QR코드까지 붙여 놓고 있었다. 스마트폰 앱에 이를 갖다 댔더니 팔고 있는 대만 특산 요리의 재료 원산지와 조리법이 중국어와 영어로 소개됐다. 린 이사는 “앞으로 동남아 언어를 포함한 다국어 지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손님들에게 플라스틱 포장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스테인리스 도시락을 배부해 음식을 사서 숙소에서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보산업(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만을 ‘동남아 관광객에게 친절한 나라’로 느끼게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한국어 메뉴. 태국어, 베트남어도 준비 중이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한국어 메뉴. 태국어, 베트남어도 준비 중이다.

대만 무역국의 리관지 부국장은 "대만을 한번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만이 '친절하고 재미있는 나라' '무슬림에게 개방적이고 편안하게 해주는 나라'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입소문을 내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동남아 인재가 대만에서 공부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대만과 지속해서 협력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국가 이미지와 매력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이야기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린전이(林振益) 브랜드 이사는 야시장과 서민음식 분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끌기 위해 다국어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포모사 장' 체인이 러우판(고기졸임 덮밥) 노점으로 시작해 해외 지점까지 낼 정도로 성장한 배경으로 대만인 특유의 근면,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손님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온 낯선 관광객에게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보복과 단체관광객 송출 중단에 맞서는 대만 소상공인들의 노력이다.

대만 서민음식점 체인인 '포모사 장'의 린전이(林振益) 브랜드 이사는 야시장과 서민음식 분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끌기 위해 다국어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포모사 장' 체인이 러우판(고기졸임 덮밥) 노점으로 시작해 해외 지점까지 낼 정도로 성장한 배경으로 대만인 특유의 근면,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손님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온 낯선 관광객에게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보복과 단체관광객 송출 중단에 맞서는 대만 소상공인들의 노력이다.

 
대만 서민음식체인점 ‘포모사 장’의 린전이(林振益) 브랜드 이사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식당의 접객 자세도 바뀌었다”며 “손님을 기다리는 ‘인기 식당’에서 탈피해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마음의 식당’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모사 장은 1960년 자전거에 재료를 싣고 다니며 서민 음식러우판(肉飯, 졸인 고기덮밥)을 팔던 노점에서 출발해 현재는 대만은 물론 일본까지 지점을 내는 서민 음식 체인이다. 
대만은 이렇게 정부부터 야시장 상인까지 나서서 새로운 관광객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면서 중국 의존증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동남아에서 대안을 찾아 나선 모습은 중국에 대응하는 대만인의 지혜를 잘 보여준다. 
 
대만과 중국의 70년 '사랑과 증오' 
 
 
국공내전 패배로 1949년 7월 정부를 대만의 타이베이로 옮긴 중화민국(대만)은 그해 10월 들어선 중국으로부터 끊임없는 공세에 시달렸다. 중국은 58년 저장(浙江)성 해안에 인접한 대만령 진먼다오(金門島)에 포탄 47만 발을 퍼부은 것을 시작으로 대만에 공세를 계속했다.  
중국 남부 샤먼에 바작 붙은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를 찾은 중국 관광객이 해안가에 설치한 디치(목책) 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은 1958년 이곳에 47만 발의 포탄을 퍼부은 것을 시작으로 대만에 공세를 지속하다 개혁 개방으로 대만의 경제 노하우를 습득할 필요를 느끼면서 중단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남부 샤먼에 바작 붙은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를 찾은 중국 관광객이 해안가에 설치한 디치(목책) 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은 1958년 이곳에 47만 발의 포탄을 퍼부은 것을 시작으로 대만에 공세를 지속하다 개혁 개방으로 대만의 경제 노하우를 습득할 필요를 느끼면서 중단했다.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경제발전에 나선 중국은 92년 11월 홍콩에서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와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會)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구두 합의하면서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중국은 이후 대만의 역대 정권에 ‘92원칙’으로 불리는 이 내용의 재확인을 계속 요구해 왔다. 2000~2008년 대만 독립 성향을 드러냈던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기에 양안관계는 얼어붙었다.  
중국 샤먼시 해안가에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통일중국’이란 정치 구호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건너편이 대만 진먼다오(금문도)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샤먼시 해안가에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통일중국’이란 정치 구호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건너편이 대만 진먼다오(금문도)다. [사진: 중앙포토]

 
 
2008~2016년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에는 다시 훈풍이 불었다. 2010년 사실상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되면서 양안 교역 규모는 2009년 1062억 달러에서 2014년 1983억 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만의 중국 의존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하자 중국은 대만의 중국 의존을 이용해 경제 제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관광객 송출 제한 외에 중국 수출상품 생산에 필요한 대만산 부품, 소재 수입과 인적 교류는 줄지 않고 있다.
 
진먼다오 지도. 대만은 대만섬뿐 아니라 대만해협의 펑후제도, 샤먼시 바로 앞의 진먼다오까지 영토로 삼고있다. [중앙포토]

진먼다오 지도. 대만은 대만섬뿐 아니라 대만해협의 펑후제도, 샤먼시 바로 앞의 진먼다오까지 영토로 삼고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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