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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확대 “17개 교육부 나올까” 우려도

중앙일보 2017.12.12 12:02
지난 8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첫 회의를 열었다. 오종택 기자

지난 8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첫 회의를 열었다. 오종택 기자

초중등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권한 상당수가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교육청 자체 예산과 인사권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유치원, 초·중·고교에 대한 정책을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교육자치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크게 바뀌어 사실상 17개 교육부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고 ‘교육자치 로드맵’을 결정한다. 로드맵에는 초중등 교육정책에 대한 권한 이양을 위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수립한 중장기 계획이 담길 전망이다. 지난 8월 첫 회의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공동의장으로 선임하고 서울·부산 등 5개 시도교육감과 학교장과 시민단체 대표 등 7명을 협의회 위원으로 구성했다.  
 
 권한 이양의 첫 번째는 교육청의 자치 예산권 확대다. 교육청은 매년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정부로부터 받아 예산으로 쓰고 있다. 이중 국가주도 사업에 쓰는 금액(특별교부금)이 현재는 4%인데 내년부터는 이를 3%로 낮추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열린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선 교육감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열린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선 교육감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아울러 교육청에서 과장급(4급) 이상 인사를 할 때는 앞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게 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주도해온 유·초·중등 분야 234개 국가사업도 국정과제 중심으로 통폐합해 교육청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2019년는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자치법 등 법령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간에 권한 주체가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괄 정비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권한 이양을 요구해 온 교육감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육감의 권한만 커지고 개별 학교의 자율성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교육자치’의 취지는 좋지만, 선출직인 교육감을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감 권력만 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이런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로 2014년 경기도가 도입한 ‘9시 등교’ 정책이 꼽힌다. 도입 전 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선 교사 83%가 반대했지만 이재정 교육감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경기도 내 학교의 89%가 채택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선 학교 일과의 시작과 끝을 교장이 정하게 하고 있지만, 교육감이 밀어붙이니 학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출직인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17개 교육청이 서로 다른 정책을 펼 수도 있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이재정(경기)·조희연(서울) 등 ‘진보’ 교육감들은 두 학교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반면 보수 교육감들은 이를 반대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3주년 간담회에서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폐지하는 건 옳지 않다. 대구에선 자사고가 지역 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남기 전 총장은 “교육청마다 서로 다른 정책 결정을 내리면 전국에 17개의 교육부가 생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육감 성향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한 사례는 또 있다. 서울에선 곽노현(2010년), 문용린(2012년), 조희연(2014년) 등 진보·보수 교육감이 번갈아 당선되며 ‘혁신학교’ 정책이 ‘갈 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곽 전 교육감은 2011년 혁신학교 29곳을 지정하고 2012년 61곳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취임 일성으로 ‘곽노현 정책 전면 재검토’를 내건 문 전 교육감 취임 후 신규 지정 혁신학교는 2013년 6곳, 2014년 1곳에 불과했다. 예산도 곽 전 교육감은 퇴임 직전 100억원(2013년)을 책정했는데 문 전 교육감은 이듬해 41억원(2014년)으로 대폭 삭감했다.  
 
 하지만 ‘혁신학교 확대’를 공약한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2017년 현재 158곳으로 급증하고 예산도 195억원(서울시 지원액 포함)으로 대폭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의 권한이 막강해지면 향후 소규모 학교 통합 등의 이슈에서 교육청 간의 협력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도에 따라 학생 숫자가 크게 차이 나는 상황이라 교육청들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조율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가령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이 경기도는 174만여 명이지만 세종은 3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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