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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육로로 출동한 해경

중앙일보 2017.12.08 01:35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국민과 함께하는 해경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거친 바다의 물살을 가르는 고속단정 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해경들의 늠름한 모습, 이를 배경으로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 떠 있는 글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발생한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낚싯배 선창1호(9.77t)의 추돌과 침몰사고를 보면 이 문구가 무색하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 고속단정을 타고 신속히 대응하기보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너무 많았다.
 
3일 오전 사고가 나자 인천해경 특수구조대는 바다가 아닌 육상으로 먼저 출동했다. 출동 가능한 배가 없어서였다. 육지를 통해 인천 진두항에 간 후는 민간 어선을 얻어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갔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4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부서진 선창1호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4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부서진 선창1호를 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뿐인가. 사고 현장에 신속히 가야 할 고속단정은 민간 선박과 함께 묶여 있어 줄을 푸느라 20분을 허비했다. 오전 6시5분에 발생한 사고도 첫 브리핑 때는 6시9분이라며 4분을 숨겼다. 구조 현장 출동 명령은 신고를 접하고 10분 뒤에야 이뤄졌다. 침몰한 낚싯배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 해경에 문자로 전송까지 해줬는데 “거기가 어디냐” 되물으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최신 고속정이 수리 중이었다” “해경 전용부두가 없어 생긴 문제다” 등 해경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지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때 구조·구난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2014년 5월 해체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7월 부활했다. 부활한 해경의 신임 해경청장은 “더는 바다에서 안전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년6개월 만에 부활한 해경이 정말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충분하지 못한 예산과 장비·인력으로 인한 어려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평소 사고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좀 더 일찍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구했을 것이다.
 
해양전문가인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육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에 너무나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언제 또 유사한 비극이 재연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홈페이지에 내건 문구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해경은 완전히 거듭나야 할 것이다.
 
임명수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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