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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문재인이 송영무를 품어야 할 이유

중앙일보 2017.12.08 01:32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국방장관 송영무는 백지장처럼 순수한 사람이다. 앞뒤 안 재고 소신만을 얘기한다. 설화가 빚어져도 청와대에 “그런 뜻이 아니었고요” 식으로 변명하는 일이 없다. “다 내 책임”이라며 걱정하는 부하들을 다독일 뿐이다. 송영무와 문재인 대통령의 인연은 깊고 진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군 출신으론 드물게 문재인 캠프에 들어간 송영무는 문재인이 패배한 뒤에도 곁을 지킨 유일한 군인이었다. 지난해 늦봄 박근혜 정권의 서슬이 아직 시퍼렀을 때 송영무는 야인 문재인과 단둘이 백령도를 찾아 1박 하며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했다. 문재인의 뇌리에 송영무의 인상이 깊이 박힌 건 그때라 한다.
 
송영무는 국회에서 “김관진 전 국방장관 석방 소회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참 다행”이라고 했다. 2, 3초 뜸을 들이며 수백 가지 옵션을 궁리한 끝에 내놓은 답변이다. 민주당이 난리를 쳤지만 송영무의 생각은 달랐다. 문 대통령의 숙원인 국방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김관진계’ 장성들의 군심부터 다독여 놔야 한다고 판단한 거다. 김관진이 장관 시절 별을 달아준 장성이 많은 군 현실을 잘 아는 그만의 고단수였다.
 
‘전술 핵 재배치 검토’ 발언도 마찬가지다. 송영무는 ‘재배치 불가’에 동의하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론 재배치 카드를 쥔 척해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고려에서 ‘검토’라고 지른 것이다. ‘해상 차단’ 발언 역시 전략적 언급이다. 요즘 북한은 대북 제재 강화로 석유가 고갈되자 남중국해에 선박을 보내 중국 배로부터 석유를 밀수한다. 그 현장을 적발해 중국을 압박하는 게 송영무가 언급한 해상 차단이다. 전쟁으로 이어질 ‘해상 봉쇄’는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 586들은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호전적 장관”이라며 송영무를 낙마시키려 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70%를 웃도는 문 대통령 지지율엔 보수 표가 30%는 얹혀 있다. “북한을 주적이라 말 못한다”면서도 국방장관엔 북한(정권)을 확실한 주적으로 못 박은 송영무를 앉힌 모습에 안심했기 때문이다. 송영무의 소신 발언 배경엔 문 대통령이 “미국은 국방·국무 장관이 얼마든지 대통령과 다른 소리를 내는데 우린 왜 못하나”며 힘을 실어준 덕분이란 얘기도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이 혹여 586들의 음해에 넘어가 송영무를 경질한다면 모처럼 넘어온 보수층이 등을 돌려 지지율이 반토막 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 개인은 물론 국가 안보에 큰 비극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와 달리 장관들을 청와대 들러리로 세우지 않겠다고 공약했었다. 이 공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는 이들이 청와대 586들이다. 장관이 조금만 청와대와 결이 다른 얘기를 하면 득달같이 전화해 주리를 튼다. 요즘 국방부 전화통도 청와대 비서진이 걸어오는 ‘항의콜’로 불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액정에 ‘청와대’ 글자만 뜨면 납작 엎드리는 다른 장관들과 송영무는 다르다. “국방은 국방장관에게 맡겨라”며 타이른다.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났지만 존재감 느껴지는 장관은 송영무 하나 정도인 이유다.
 
최근 송영무는 “험산(청문회)을 겨우 넘었는데 이젠 깊은 강을 만났다. 외롭다”고 했다 한다. 현 정부 임기 안에 병력 10만 명을 줄이는 국방개혁을 완수해야 하지만, 저항이 엄청난 데다 근거없는 낙마설까지 도는 현실에 짓눌린 끝에 나온 비명인 듯하다.
 
문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하다. 예산이 북한군의 수십 배인 46조원에 달하면서도 북핵을 막을 능력이 없다는 군을 개혁하는 건 대통령의 숙원 중 숙원이다. 그 숙원을 사심없이 뚝심있게 추진할 사람은 송영무 외에 찾기 어렵다. 그를 믿고 밀어 주라. 안보사에 돋보이는 리더로 기록될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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