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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기차 ‘덕후’가 추천하는 열차 여행 코스

중앙일보 2017.12.08 01:00
여행자의 취향 │ 기차 전문가 박준규
박준규. [사진 박준규]

박준규. [사진 박준규]

1년 365일 중 200일을 기차에 오르며 대전역·부산역 등 주요 기차역 역장과 형·동생 하는 남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철덕(철도 덕후)’, 박준규(42·사진)씨 얘기다. 그는 2013년 철도여행 가이드북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을 집필하며 성덕(성공한 덕후) 반열에 올랐다. 여행작가·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며 덕업 일치(취미와 생업이 같다는 뜻)의 꿈을 이룬 이 남자의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기차를 얼마나 자주 타나?
어릴 적 서울에서부터 외갓집 문경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의 덜커덩거리는 소리도 신났고, 머리에 잔뜩 짐을 이고 타는 아낙의 모습도 정겨웠다. 기차는 이동하는 과정을 여행으로 만드는 신비한 교통수단이다. 그래서 기차에 빠졌고 대학교(가천대 94학번)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차를 탔다. 일주일에 대여섯 번 탈 때도 있었다. 1994년부터 기차표를 버리지 않고 모아 현재 2000장이 넘는다. 지금은 1년에 150~200번 정도 기차를 탄다.
 
가장 자주 이용한 기차 노선은?
청량리~정동진 구간이다. 400번도 넘게 탔다. 오후 11시25분 청량리역을 출발하면 다음 날 오전 4시28분 정동진역에 도착한다. 5시간 정도 무궁화호를 타고 기차여행을 하는 거다. 운임은 딱 2만1100원.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무박 2일 여행이 없다. 정동진 기차여행을 떠난다면 꼭 ‘안대’를 챙겨라. 기차는 안전과 도난 방지 등의 이유로 운행 중 불을 안 끈다. 안대를 끼고 눈을 붙이면 덜 피곤하다.
 
계룡역 인근을 지나는 KTX 열차. [사진 박준규]

계룡역 인근을 지나는 KTX 열차. [사진 박준규]

기차여행 초보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청량리~정동진 구간이다(웃음). 정동진은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다. 동해와 기차역이 불과 50m 거리다. 정동진 기차여행이라고 하면 밤에 출발하는 기차만 떠올리는데 청량리~정동진 열차는 주중 6대, 주말 7대 운행한다. 낮에 타면 한적하니 운치 있는 게 색다르다. 정동진역 주변 부채꼴 모양 주상절리를 구경하면서 걷는 바다부채길 산책도 잊지 말라. 이 길 덕분에 95년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이후 정동진은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서둘러 정동진에 기차를 타고 가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장담컨대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이 낭만적인 기차 노선은 몇 년 안에 없어질 거다. 12월 22일 KTX 경강선이 개통하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시간54분이면 주파하는 시대가 열린다. 한국에는 추억이 어린 증기기관차, 스위치백(경사가 가파른 구간에 지그재그 형태로 놓은 철로) 노선이 다 없어졌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의 여행 코스였던 청량리~정동진 완행열차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또 영주역~김천역을 연결하는 경북선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에게 추천한다. 110㎞ 이어진 구불구불한 선로 위를 완행열차가 오간다. 한 번은 기차를 타 보고, 또 한 번은 자동차로 기차를 따라가 보라. 선로 주변이 논밭이라 풍경과 어우러진 기차 사진을 담기 좋다.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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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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