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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직격 인터뷰] “진영 논리에 갇힌 평둔화(平鈍化) 교육으론 알파고 못 만든다”

중앙일보 2017.12.08 01:00
진보 교육정책에 돌직구 날린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정권마다 교육정책을 바꿔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수월성과 평준화 교육의 조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정권마다 교육정책을 바꿔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수월성과 평준화 교육의 조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문재인 정부가 여러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일반고 동시 선발을 비롯해 고교 학점제, 1수업 2교사제, 혁신학교 확대, 수능 절대평가 등 하나하나가 메가톤급이다. 기존의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평준화·보편적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꾸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도가 교육정책에 있어선 35%로 반 토막 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하윤수(55)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국가 백년대계는 보수·진보가 따로 없어야 하는데 진영 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우려면 평준화 프레임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교육이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고 보나.
“교육은 이념의 노예도, 실험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정권마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으로 복수하듯 갈아엎는다. 좋은 정책은 더 살리고, 그렇지 않은 것만 보완해야 하는데 자기편 프레임으로만 교육을 재단한다. 진보 정부가 평준화를 진리로 믿는 게 대표적이다.”
 
세계는 교육혁명 중인데 큰 문제 아닌가.
“미국은 170개 이상의 학교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한다. 교사들도 그런 메가트렌드를 능동적으로 좇는다. 일본은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액티브 러닝 중심의 ‘2020 교육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 너무 서둔다. 과속이 심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 입시가 이렇게 휙휙 바뀌는 나라는 아마도 지구상에 없다. 아이들 교육에 어떻게 좌우가 있을 수 있나. 선진국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대입 때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교육 법정주의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정부 정책이 뭔가.
“현재 중2가 치를 고입이다. 내년부터 외고·자사고·국제고와 일반고 선발을 동시 전형으로 바꾼다고 한다. 사실상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를 위한 수순 아닌가. 이들 학교를 손본다고 일반고가 저절로 살아나나. 외고와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 때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수월성(秀越性) 교육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보수 정권에서 더 키웠는데 같은 진보 정권이 없애려 한다. 자칫 하향 평준화로 아이들을 둔재로 만드는 평둔화(平鈍化) 정책이 될 우려가 있다. 앨빈 토플러가 10년 전 우리 교육의 획일성을 지적했듯 공장식 교육으론 미래가 없다. 다양한 교육과 콘텐트가 필요하다. 평준화·수월성 교육의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교총은 왜 아무 역할을 못했나.
“비판받아 마땅하다. 올해 창립 70주년(11월 23일)을 맞아 모두가 반성했다. 더 활발하게 입장을 내고 비전을 제시하겠다.”
 
교육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1년 유예했다.
“절대평가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다만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2~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까지 절대평가로 할 경우 일부 과목 쏠림 현상으로 교육의 다양성이 퇴색될 수 있다. 그 많은 선택과목을 출제하기도 쉽지 않다. 선택과목은 내신에 반영해 수시를 통해 대입에 적용하면 된다.”
 
김상곤 장관의 업무 추진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정책은 유의미한 목적과 장단점이 있다. 그걸 꼼꼼히 짚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국가 교육회의를 조속하게 출범시켜 치열하게 공론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계속 꾸물댄다. 그가 경기도교육감일 때 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혁신학교를 갑작스레 도입했는데, 장관이 되자 경기도에서 했던 것처럼 하려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대한민국 전체 학생을 실험 대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나.
“우리는 인적자산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도 실력이다. 실력이 있어야 창의성이 생기고, 그런 창의성이 실력과 융합돼야 인공지능(AI) ‘알파고’ 창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같은 폭발적인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수월성을 버리는 평둔화 교육으론 어림없다. AI 시대의 승자가 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와 1수업 2교사제도 논란이다.
“고교학점제는 선진국에서도 오래전 도입했지만 아직 정착시키지 못했다. 도농 간, 도시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지 못해서다. 교육과정과 교원·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제도다. 1수업 2교사제도 마찬가지다. 그보다는 교사 정규직 비율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 사립 중·고교 중 많게는 60%가 기간제 교사인 곳도 있다. 말이 되나. 1수업 1교사제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
 
학생이 주는데 교사를 더 뽑아야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아직 못 미친다. 학교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것도 잘못됐다. 도시와 농촌 간에 차이가 있고, 시골의 소규모 학교도 충원이 필요하다.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따라 교사 수를 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교육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단위 학교를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가 살아나야 한다. 교사가 웃어야 아이들이 웃을 수 있다. 학교를 가르칠 맛 나는, 신바람 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권 추락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제자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된다는 말로 바뀌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제자의 등을 쳤다고 고소당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다반사다. 최근 3년간 교권 침해 사건이 1만3000건이나 된다. 교권의 무릎을 꿇린 것이다. 국회가 조속히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권 침해 방지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교권을 회복하지 못하면 교육개혁은 요원하다.”
 
교사들도 문제다. 교사의 학생 성추행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50만 교원을 대표해 사과드린다. 한국교총 차원에서 전국 학교에 교원윤리 강령을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성범죄 연루자의 ‘무관용 원칙’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성범죄가 드러나면 즉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교단에서 추방해야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교사를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교사 실력이 달린다는 지적이 있다.
“교사들의 열정을 평가한 것이다. 학원 강사와의 실력 비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는 학원 강사와 달리 행정처리와 잡무, 생활지도까지 한다. 사명감·봉사·책임감은 짚어봐야 하지만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교사들이 새로운 각오로, 제2의 교육 르네상스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대입 문제를 얘기해 보자.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수시의 공정성을 어떻게 보나.
“수시든 정시든 대입은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이다. 선발권과 자율성을 보장하되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적으로 대학에만 맡기면 ‘꽈배기 전형’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 학생 부담과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의 적절한 지도도 필요하다.”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며칠 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학생 실력이 계속 떨어진다.
“심각한 문제다. 특히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3은 6.9%, 고2는 9.2%로 치솟아 ‘수포자’가 계속 늘고 있다. 근본 이유는 교육부와 교육청 간 엇박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 만큼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런데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표집평가로 바꿔버렸다. 물론 경쟁·서열 위주의 전수평가가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표집평가론 정확한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 개인별 맞춤형 진료를 위해선 전수평가도 검토해야 한다.”
 
내년 6월에 교육감 선거가 실시된다.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가 마땅하다. 주민 대표성 강화와 간선제 병폐를 개선하기는커녕 깜깜이·돈 선거, 정치·이념 선거, 비리와 부정 공장, 코드·보은 인사 창구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대통령 임명제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공동등록제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개선해야 한다.”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이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데.
“안타깝다. 대법원이 법외노조 문제를 질질 끌지 말고 조속히 결말을 내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전교조도 차분히 판결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 전교조의 참교육 정신은 교육계에 크게 기여했다. 초심을 되찾고 교육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제안한다.”
 
평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개천에서 용은커녕 미꾸라지도 날 수 없다. 물이 흘러야 미꾸라지가 살 것 아니겠나. 희망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희망이다. 물이 흘러가야 꿈을 꿀 수 있다.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고교를 진학계열과 직업계열로 구분하는 것이 그것이다. 예전엔 공고와 상고생들이 경제의 주축이 됐다. 그런데 요즘은 누구나 대학에 가려 한다. 대학에 못 가면 루저 취급을 받는다. 그런 학력·학벌 차별주의를 없애야 한다. 실력주의와 기회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임금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국교총이 관변단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친정부 성향이 있었다고 관변단체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 한국교총은 전국 18만 교원이 가입한 국내 최대의 교원단체이지 정부와는 상관이 없다. 앞으로 건강한 쓴소리를 하면서 교육 혁신 리더로 거듭나겠다.” 
 
하윤수는 …
1962년 경남 남해군 산골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입고 갈 바지가 없어 아홉 살에 초등학교를 들어갈 만큼 가난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게 평생 신념일 정도로 교육의 희망 사다리를 강조한다. 경성대 법학과를 나와 동아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뒤 부산교육대 교수로 재직했다.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부산교육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6월 한국교총 회장에 취임했다.

 
양영유 논설위원, 정리=이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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