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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억새풀

중앙일보 2017.12.07 01:57
억새풀
-이윤학(1965~  )
 
시아침 12/7

시아침 12/7

암소가 뜯어먹은 억새풀
암소 이빨 자국을 밀어붙인다
암소 이빨 자국을 뿌리에서
최대한 멀리로 밀어붙인다
 
연한 억새풀 억세게
양날을 세운 칼날에
톱날을 갈아 세운다
 
칼끝이 잘린 칼자루 속으로
이슬방울이 들어가 숨는다
이 세상은 칼집인 것이다  
 
 
시인의 세밀한 관찰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생생한 윤기를 부여한다. 암소가 뜯어먹은 억새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통 사람들은 가을이 되어 억새가 꽃을 달고 흔들리기 시작해야 그게 억새인 줄 안다. 풀잎의 끄트머리를 뜯어 먹혔지만 억새는 계속 자라고 시인은 거기서 톱날을 발견한다. 칼자루와 같이 날카로운 억새 대궁에 깃드는 이슬은 무엇인가. 모든 연약하고 가녀린 것들과 칼집의 대조가 선명하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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