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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세비 인상에 의원들 “몰랐어”

중앙일보 2017.12.07 01:56
채윤경 정치부 기자

채윤경 정치부 기자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가 월 17만원 올랐다. 의원 연봉은 올해보다 200여만원 많은 1억4000만원이 된다. 예산은 6억원이 더 든다. 의원들은 입을 모아 몰랐다고 발뺌이다. 세비가 일반 공무원 기본급 인상과 연동돼 자동으로 오르는 바람에 몰랐다는 얘기다.
 
같은 일이 2015년에도 있었다. 공무원 기본급이 3% 올라 세비도 인상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예결위 여야 간사였던 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세비 3% 증액은 공무원 인건비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어서 의도한 게 아니다”며 예결위 심사에서 인상분을 감액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올해 의원들의 해명도 2015년과 비슷하다. “운영위 의결 과정에서 인건비가 총액으로 표기돼 세비 인상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박홍근 운영위 예결 소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공무원의 급여 인상률만큼 의원에게도 자동 반영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언론에서 취재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2015년과 달랐다. 이번에는 인상분을 삭감하지 않은 것이다. 세비를 동결할 기회가 최소 네 번은 있었다. 운영위 예산결산심사 소위, 운영위 전체회의, 예산결산특위 소위,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다. 이 과정에서 세법 개정안이 수십 차례 수정되고 재논의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비 동결이 가능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동결을 합의하는 방법도 있다.
 
고작 문제 제기라곤 세법 개정안을 더는 수정할 수 없는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 토론을 한 게 전부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은 “예산안 법적 처리 시한을 넘긴 국회가 무슨 염치로 세비 인상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고,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도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며 보좌진을 늘리고, 의원 세비를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20대 국회 내내 세비 동결’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은 물론 민주당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여야 3당은 0~5세 아이들에게 아동수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문제를 놓곤 오랫동안 씨름했다. 그래서 지급 대상을 10% 줄였다. 기초연금 인상 문제(20만원→25만원)도 꼼꼼하게 들여다봐 시행 시기를 두 달 늦췄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보좌진을 늘리고, 세비를 인상하는 데는 한없이 관대했다. 국민이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만 관심 있기보다 과감히 제 살도 깎아낼 줄 아는 의원들을 원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채윤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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