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사설] ‘내란죄 이석기’가 어떻게 양심수인가

중앙일보 2017.12.07 01:48
양심수(良心囚)란 자신의 신념에 근거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체제나 제도에 저항하다 구금된 사람들을 일컫는다. 과거 민주화 투쟁이나 노동 운동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을 어겨 형벌을 받은 이들을 주로 지칭해 왔다. 흔히 ‘시국사범’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양심수는 법적 개념은 아니다. 때문에 몇 명인지, 누구인지 특정하기가 어렵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지난 5일 ‘적폐 청산과 인권 회복을 위한 양심수 전원 석방’이라는 시국선언문을 내고 “양심수 19명 석방을 결단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양심수 대상에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을, 한 위원장은 불법 집회를 주도한 죄로 징역 3년형을 각각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들이 양심수라면 대법원의 판단은 오류이며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논리에 공감할 시민이 얼마나 될까.
 
정부가 사면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 지시를 받고 민생 관련 사범 등에 대해 사면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 경남 밀양 송전탑, 서울 용산 화재 참사와 사드(THAAD), 세월호 등 5개 집회와 관련해 사면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일부 단체들이 여기에 편승해 ‘양심수’ 운운하며 내란죄와 불법 폭력 집회 사범까지 슬쩍 끼워 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면은 사법을 무력화하는 행위다. 예외적이고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국민 화합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그 대상자 선정에서 정치적·정략적 판단이 배제된 채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면을 원한다면 양심수로 둔갑된 사람의 신원을 공개하고 공론화를 통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는 사면은 법의 형평성에 회의를 품게 하고,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