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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1조 더 들여 무안 경유···KTX가 'ㄷ자'로 휜다

중앙일보 2017.12.07 01:39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18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손을 잡았다.
 
양당 예산안 공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바로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 합의서였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회동에서 호남고속철도(KTX) 건설 예산을 반영하는 데 합의하고, 특히 광주~목포 노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했다. 양당의 합의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총 2조4731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노선(77.6㎞)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양당은 “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조 단위 국책사업 예산의 경제성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고속철 무안공항 경유 안

호남고속철 무안공항 경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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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과 자유한국당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조3000억원가량 늘려놓았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지역 정치인들의 쌈짓돈처럼 이용되고 있는데, 올해는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타협하다 보니 그런 행태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남선 KTX의 경우 대형 국책사업 실패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주와 목포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코스에서 왼쪽으로 벗어난 무안공항을 연결하다 보니 노선이 ‘ㄷ’로 휘게 됐다. 노선 길이도 광주∼목포 66.8㎞의 기존선보다 10.8㎞가 늘어나 시간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2006년 8월 국토부가 처음 발표한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에서는 광주송정~목포 직구간은 16.5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안으로는 26분으로 10분 가까이 늘어난다.
 
2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예비타당성·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재정법 38조 1항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고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 측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해당 사업을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로 지정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 중 21건과 4대 강 사업 중 5건이 예비타당성·사업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무안 경유 KTX, 지역경제 못 살리고 토건업체만 혜택 볼 수도”
 
그렇지만 신설 노선이 무안공항을 거쳐 우회하도록 계획이 크게 수정된 만큼 사업적정성 여부나 수정안을 따져봐야 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광주∼목포 66.8㎞의 기존선을 고속화하는 대신 무안공항으로 가는 지선을 신설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사업비가 1조3427억원으로 무안공항을 경유할 때보다 1조1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양당이 호남 KTX가 무안공항을 거치도록 한 이유는 사실상 유령 공항이 된 무안공항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연간 519만 명 수용을 목적으로 3017억원을 들여 무안공항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공항 이용객은 30만여 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전남도와 지역 정치권에선 무안공항의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KTX가 지나가고, 광주·무안공항을 통합하면 이용객이 연 32만 명(2016년)에서 230만 명(2020년 통합 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항 통합은 광주공항에 딸린 군 공항을 함께 이전해야 하는데, 이전 대상 지역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KTX가 먼저 지나가도록 한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간 양양공항이나 정선카지노 등 상당수 국책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토건업체에만 혜택이 갔다”며 “호남 KTX의 무안공항 경유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과거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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