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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세우고 임금은 받고···현대차 노조 '신종 파업'

중앙일보 2017.12.07 01:37
민주노총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동조합)가 5일 울산공장 본관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현대차 노조는 8일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동조합)가 5일 울산공장 본관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현대차 노조는 8일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민주노총 현대차지부)이 스스로 ‘신개념 투쟁 전술’이라 지칭한 새로운 형태의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0년간 진행했던 질서정연한 전면파업은 사측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며 “조합원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측에는 최대한 타격을 주는 신개념 투쟁 전술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0월 출범한 새 노조가 주도한 첫 번째 파업이다.
 
현대차는 그간 임금단체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전체 노조원이 동시에 파업하는 전면파업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번엔 다르다. 일단 같은 날 파업해도 약간 시차를 뒀다. 예컨대 5일 진행된 파업을 보면 주간조 근무자가 가장 먼저 파업(오후 1시30분~3시30분)하고, 5분 후 이들을 보조하는 근무자가 파업에 동참했다(1시35분~3시35분). 이들이 파업을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또 다른 비생산라인 근무자가 합류(2시50분~4시50분)했고, 3시부터는 대리급 이하 사무직 근로자도 파업에 돌입(3~5시)했다. 이들이 파업을 종료한 지 약 3시간 후에는 야간직 근무자가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런 파업을 활용하면 공장 가동이 실질적으로 중단된 시간은 늘릴 수 있다고 봤다. 컨베이어벨트 조업의 특성상 1개 공정이 멈추면 후발 공정도 일제히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라인 근무자가 파업에서 복귀해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컴프레서 등 장비를 지원하는 팀이나 시설지원팀 등이 파업할 시간이다. 이들이 복귀하길 기다리다 보면 제대로 공장이 돌아갈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시간도 2시간이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의 신개념 순환 부분파업

현대차 노조의 신개념 순환 부분파업

 
7일 진행할 파업은 더 독특하다. 이날 현대차에서 엔진·변속기 등을 제조하는 간접사업부는 돌아가며 3시간 동안 부분파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컨베이어벨트에서 차체를 조립하는 생산라인 작업자는 정상적으로 조업한다. 간접사업부가 엔진을 만들어야 이를 차체에 넣을 수 있는데 재고가 없으면 다음 날 정상 출근해도 라인을 못 돌린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같은 조립라인 근무자라도 매일 파업하는 시간이 다르다. 주간 조립라인 근무자는 5일과 8일에는 오후에 파업하고, 6일엔 오전에 파업한다. 야간 조립라인 근무자 역시 6일에는 초저녁(오후 6시 안팎)에 파업했다가 5일·8일엔 늦은 저녁(오후 9시 안팎)에 공장을 멈춰 세운다.
 
이처럼 복잡한 파업 방식은 ‘되도록 시급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노조원이 파업하면 파업시간은 월급에서 빠진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사상 최장 기간(24일) 파업하면서 월급이 줄자 일부 노조원이 불만을 터뜨렸다. 부분파업으로 조합원은 일당 2~3시간의 시급만 받지 못했을 뿐이다. 반면 사측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면 생산라인은 돌아갈 수 있다”며 “순환파업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물론 다툼의 여지는 있다. 현대차 노조는 “엔진과 같은 부품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아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민법상 책임소재(귀책사유)는 사측에 있다”며 “이런 경우 공장이 안 돌아가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차는 “정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엔진이 부족해 생산라인이 멈췄더라도 파업의 영향이기 때문에 생산라인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또 “평일엔 파업하고 주말엔 특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느 노조는 일반적으로 특근·시간 외 잔업부터 거부한다. 그래도 협상이 부진하면 평일 파업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정반대다. 이유는 주말 특근이 통상 시급의 150%를 받기 때문이다. 평일 2~3시간 파업해 못 받은 돈을 주말에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정규 근무시간에 파업하고 주말에 특근하겠다는 건 노조가 임금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지난달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던 ‘대의명분 투쟁 전술’도 등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2000여 명의 비정규직(촉탁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촉탁계약직은 노사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노조가 촉탁직 문제를 비정규직 투쟁으로 포장해 임금협상 쟁취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순환 부분파업을 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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