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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못 받는 상위 10% … “열심히 사는 맞벌이 역차별”

중앙일보 2017.12.07 01:34
서울에 사는 한지훈(40)씨 부부는 맞벌이다. 한씨와 아내의 월급을 합해 매달 800만원가량을 번다. 7억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부부에게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인 딸이 하나 있다.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자녀 세액공제(15만원)를 받았다.
 
한씨는 2019년 소득분부터 자녀 세액공제를 못 받는다. 국회가 5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2019년 소득분부터 0~5세(6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한 자녀 세액공제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야 합의로 내년 9월부터 0~5세 자녀를 둔 가구에는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동수당도 받고 세액공제도 받는 중복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런 아동수당법을 여야는 곧 개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야 합의안에는 0~5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소득(부부합산 소득)이 상위 10%에 들면 아동수당을 주지 않기로 해서다. 한씨 부부의 소득은 최근 통계에 단순 대입했을 때 10분위 경계값(3인 가구 소득 723만원, 순자산 6억6133만원)을 넘어선다. 한씨는 내년 9월부터 외벌이인 직장 동료보다 1년에 120만원을 덜 받게 됐다. “열심히 사는 맞벌이 부부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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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각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흙수저 중산층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했다”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막상 아이를 낳을 여력이 되는 소득 상위 10% 가정에 대한 보육 지원에는 공백이 생겼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그래서 한씨 같은 가정에 대한 역차별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아동수당 수급 제외자에 한해 자녀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안에서 제시했던 자녀 세액공제 유예기간(3년)이 1년으로 축소되면서 일부 계층에 대한 육아 지원이 되레 후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0~5세 아이가 있지만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10% 가정도 현 세액공제 혜택은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종옥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이날 “아동수당 법안 내용이 최종 확정되면 거기에 맞춰 내년 초 정부입법을 통해 소득세법을 추가로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녀 세액공제 폐지는 2019년분 연말정산(2020년 초) 때 적용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충분하고, 그 사이에 법안을 정비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재부 내에서는 소득세법 제59조 2항(자녀세액공제)에 “아동수당 수급자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기존 틀을 손대지 않으면서 중복 지원을 막도록 개정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발빠른 보완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보편적 복지’를 벗어나 ‘선별적 복지’가 된 아동수당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체적인 지급 범위 산정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정부는 2012년까지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소득인정액’을 따로 산정해 지원 대상을 가렸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초 연구용역을 발주해 소득인정액 산정 기준을 다시 마련할 방침이다.
 
한씨 같은 대도시 맞벌이 부부에게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소득만큼 지출이 큰 맞벌이 가구에 외벌이 가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당시에는 맞벌이 부부에게 ‘25% 감액 인정’ 룰을 적용했다. 부부의 월 소득을 합해 그중 25%를 제외한 75%만 소득인정액에 포함시키는 방식이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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