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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원전 시장은 한국형 3세대 모델 유럽 진출 교두보

중앙일보 2017.12.07 01:33
한국과 영국 두 나라 정부는 지난달 27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둘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런던에서 한·영 원전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연합뉴스]

한국과 영국 두 나라 정부는 지난달 27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둘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런던에서 한·영 원전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는 원래 일본과 프랑스의 합작사업이었다.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엔지가 각각 지분 60%, 40%씩 투자한 뉴제너레이션(뉴젠)을 설립해 사업을 따냈다. 2019년 착공이 목표였지만 도시바가 미국 원전사업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면서 균열이 생겼다. 도시바의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신청을 하자 엔지마저 지분 40%를 도시바에 넘기고 철수했다.
 
적자가 쌓여 사업 추진이 힘들어진 도시바가 뉴젠 지분 매각에 나섰고, 올 초부터 한전과 본격적인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협상은 순조로웠지만 곧 복병을 만났다. 정부의 지원과 자본을 앞세운 중국 광둥핵전공사(CGN)가 뛰어들면서 혼전이 시작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체 기술 확보에 매진한 중국은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섰다. 최근엔 루마니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도시바는 한전을 더 선호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실제 해외 진출 경험은 파키스탄에 지은 소형 원전밖에 없지만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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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국 진출이 확정되면 한국형 원전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효과가 생긴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엔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모델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APR1400은 2002년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이다. 설비용량 1400㎿에 설계수명은 60년이다.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한국은 2009년 UAE와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APR1400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애초 미국식 원전을 원했던 영국도 APR1400으로의 변경을 허가한 상태다. 지난 10월 APR1400의 유럽 수출형 모델인 ‘EU-APR’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럽에 지을 수 있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면서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로 경험까지 쌓으면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체코 등과 원전 건설 협의를 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건 아니다. 계산기를 잘 두드려야 한다. 한전이 뉴젠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총 사업비는 20조원이 넘는다. UAE 정부가 건설비를 지급하는 UAE 사업과 달리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사업자가 원전을 지은 뒤 전기를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사업성이 관건이다. 전력 판매단가가 높아야 이익률이 높아지고, 투자금 회수 속도도 빨라진다. 영국 정부 입장에선 싸게 사려 할 것이 분명하다. 주한규 교수는 “단순히 한전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영국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며 “초기 설계가 잘못되면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진 탈(脫)원전 기조에 생존을 걱정하던 원전업계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탈원전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교수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신뢰를 높이면서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우수한 기술을 국내에서 버리는 게 맞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심새롬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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