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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 예산 212억 늘렸지만, 밤에 안 뜨는 닥터헬기에 헛돈

중앙일보 2017.12.07 01:29
충남 지역의 닥터헬기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닥터헬기는 밤에 날지 못하는데도 여야가 내년에 1대 늘리기로 확정했다. [뉴스1]

충남 지역의 닥터헬기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닥터헬기는 밤에 날지 못하는데도 여야가 내년에 1대 늘리기로 확정했다. [뉴스1]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중증외상센터에 212억원을 늘렸다.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25)씨를 살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열악한 실정을 공개하자 바로 화답했다. 응급환자 이송용 닥터헬기 1대를 신규 배치하고 간호사 인건비를 124억원 새로 지원하고 의사 인건비 지원액을 68억원 늘렸다.
 
정부가 깎은 예산을 국회가 대폭 늘린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돈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예산 증액과 함께 외상센터 체계를 원샷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밤에 날지 않는 닥터헬기 늘려=닥터헬기는 현재 6대가 운영 중이다. 소형 5대는 대당 연 30억원, 중형 1대는 40억원을 민간 항공사에 지원해 위탁 운영한다. 정부는 이번에 소형 1대를 중형으로 바꾸는 데 10억원을 늘렸다. 여야는 여기에다 1대를 늘리는 데 10억8500만원을 증액했다. 허윤정 아주대 의대 교수는 “닥터헬기는 야간이나 기후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날지 않는데 그리 비싼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이국종 교수는 “미군 항공의무후송팀 더스트오프는 1992년식 구형 헬기인데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환자를 이송한다”며 “닥터헬기는 이보다 훨씬 새것인데도 일몰 후에는 날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닥터헬기는 올 들어 중증외상환자를 23.4% 이송했다. 나머지는 뇌혈관·심혈관·화상·심한 복통 등의 환자를 이송했다. 정부는 앞으로 11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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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는 닥터헬기가 없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헬기를 이용한다.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142회 이송했다. 야간 출동이 43%에 달한다. 현재 운항 중인 닥터헬기는 취약 지역에 배치돼 있다. 아주대병원이 있는 경기도 수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새로 투입되는 닥터헬기가 아주대로 갈지는 미지수다. 이국종 교수는 “그동안 닥터헬기가 야간비행을 해야 한다고 누누이 얘기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야간에 날지 않는 닥터헬기가 수십 대 있으면 뭐 하나”라고 지적한다.
 
2011년 행정안전부가 경찰·해경·소방·산림청 통제실 연락체계를 구축해 110대의 헬기를 활용해 한 시간 내 중증외상환자 후송체계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조현민(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지금 헬기가 턱없이 부족한 게 아니다. 새로 구입할 필요까지는 없고, 잘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국 외상센터 현황

전국 외상센터 현황

◆환자 적은데 인건비 지원 늘려=권역외상센터 환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올 1~6월 1173건을 수술했다. 압도적으로 많다. 다음이 부산대병원 565건, 단국대병원 348건, 울산대병원이 317건이다. 나머지는 300건 이하다. 가장 적은 데는 177건이다(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 닥터헬기 중 인천 헬기는 지난해 130번밖에 출동하지 않았다.
 
환자가 적은 A센터는 2014년 1월~2017년 5월 전담전문의 2명이 일반 외래진료를 하다 적발됐다. 전담전문의는 외상환자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1인당 1억2000만원(상한)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내년 중 총 5억7000만원을 환수할 계획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외상센터별로 진료량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예산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려면 외상센터들이 비슷한 수준이 되게 시스템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19 이송체계 개선이 먼저=중증외상환자가 꾸준히 발생해도 정작 외상센터에는 잘 오지 않는다. 김윤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전국 10개 권역 중증외상환자 4만3771명 중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는 1만2271명(28%)에 불과하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허술한 이송·전원체계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친다”며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외인사가 55.2명으로 일본(30명), 독일(23.4명)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권준식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전문의는 “중증외상환자들이 다른 병원 응급실로 흩어진다. 처음부터 외상센터로 와야 살 수 있는 환자들을 제대로 이송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문제가 있어서다. ‘중증외상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권역외상센터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치료 여부보다 거리와 시간이 이송의 제1원칙인 셈이다. 김윤 교수는 “병원을 한 번 옮기면 최소 두 시간 허비하고 골든타임이 사라진다”면서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할 때는 빨리 가는 것, 수술·중환자실 진료 등 적합한 진료를 한다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119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독립성 높여야=외상센터는 ‘돈’이 안 된다.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이 뛰어들지 않은 이유다. 외상센터 의사들은 병원 경영진의 눈칫밥을 먹는다.
 
여야가 이번에 책정한 간호사 인건비 지원금은 1인당 2400만원이다. 초봉의 60~70%에 불과하다. 한 외상센터 간호사는 “인건비를 지원하면 병원만 배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간호 인력을 대폭 늘리고 인건비를 지원해야 환자를 더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중환자실(40병상) 간호사 1명이 2~3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1대1 간호를 하려면 지금(84명)의 2.2배인 188명으로 늘어야 한다.
 
외상센터와 소속 병원의 인사·재정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조현민 이사장은 “외상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정부에서 적자를 보전해 주면 병원이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환자 발생 현장으로 의료팀이 가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외상환자 진료와 센터 운영 시스템을 한꺼번에 고쳐야 한다”면서 “센터에 대한 투자 확대라는 톱니바퀴와 환자의 효율적 이송이라는 톱니바퀴가 같이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2400만원으로 외상의사 늘까=지난달 말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에서 아주대병원 외과 지원자가 ‘0’이었다. 정부가 외상센터를 배려해 정원을 추가해줬지만 허사였다. 여야는 이번에 외상센터 282명의 전담의사 인건비 지원액 상한을 연 1억2000만원에서 1억4400만원으로 올렸다.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인성 전 경기도의사회장은 “과중한 업무량을 감안해 외상 수술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타 과목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인력 채용도 늘려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종환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전문의는 “외상 치료라는 일 자체가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대우하고 존중하고 지원해 줘야 끈이 사라지지 않는다. 청춘을 바쳐서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하고 일정 기간 외상센터 등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장학의사’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허윤정 교수는 “외상센터 전담의사를 따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이민영·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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