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오진 탓 11년 누워 지낸 20대, 약 바꾸고 이틀 만에 걸어

중앙일보 2017.12.07 01:03
4세 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1년을 누워 지낸 여성이 약을 바꾸고 이틀 만에 일어나 걸었다. 간단한 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는 병이었지만 잘못된 처방과 치료로 이 여성은 일생의 절반 이상을 누워 지냈다. 병원의 오진 때문이었다.
 
1997년 태어난 서모(여·20)씨는 4세가 되도록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했다.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진료한 결과, 뇌성마비 중 ‘강직성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서씨는 수차례 입원 치료도 받았다. 수년간의 치료에도 서씨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2009년엔 같은 병원에서 하지마비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은 ‘경직성 사지마비’ 진단도 받았다.
 
이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 3~4곳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서씨는 2011년 말에는 중증 뇌성마비인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5년 전인 2012년 7월 17일 대구 지역의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물리치료사의 의문 제기에 가족들은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다른 병증이 아닌지 진단해 보기로 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2012년 8월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씨가 앓던 질환이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 긴장’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국립보건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른바 ‘세가와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증은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한다.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며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약하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서씨의 경우처럼 근육이 긴장되는 현상 때문에 뇌병변과 혼동하기 쉽다. 발의 근육 긴장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 대형 병원의 의료진이 도파민을 투여한 지 이틀 만에 서씨는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뒤늦게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면서 그동안 겪은 피해는 막심했다. 오랜 기간을 누워 지내며 척추측만증이 생겨 수술도 했다. 이에 따라 서씨 가족은 2015년 10월 13일 처음 뇌성마비 진단을 한 대구의 해당 대학병원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씨 가족 측은 잘못된 진단에 의한 후유장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주장했고, 대학병원 측은 2001년 첫 진단을 내릴 당시만 해도 희귀병인 세가와병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소송은 2년간 첨예하게 이어졌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는 최근 학교법인이 서씨 가족에게 1억원을 손해배상하라며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양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기자 정보
김정석 김정석 기자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