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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야조사는 인권 침해 … 검찰 조사 밤 11시 이후 금지”

중앙일보 2017.12.07 01:01
검찰이 밤 11시 이후에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지 못하는 심야조사 금지 방안을 추진한다. 오후 8시까지는 조사를 마쳐야 하며, 부득이하게 수사를 계속 해야 할 경우에도 조서 열람 시간을 포함해 오후 11시까지는 조사를 마치게 하는 게 골자다.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인권보장 강화 5차 권고안’을 마련해 7일 박상기 장관에게 권고한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조사하는 심야조사는 그동안 대표적인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으로 지적돼 왔다. 피의자가 체력이 고갈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돼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검사들이 심야조사를 수사에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개혁위 관계자는 6일 “심야조사는 지쳐 버린 피의자로 하여금 범행에 대하여 자백을 얻어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피의자가 자백하도록 유혹하거나 강요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심야조사의 근거가 되는 검찰의 규정과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 수사준칙’ 제40조는 ‘검사는 자정 이전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원칙적으로 심야조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 규정이 있다. ‘조사받는 사람이나 그 변호인의 동의가 있거나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거나 체포기간 내에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인권보호관의 허가를 받아 자정 이후에도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분석 결과 검찰의 심야조사 대부분은 ‘피의자의 동의’를 근거로 삼았다. 피의자들이 사실상 검찰의 심야조사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외 규정을 담은 법무부 훈령은 내년 3월 25일까지 폐지 또는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개혁위는 이 훈령에 대한 개정 의견을 내면서 심야조사 금지를 함께 명시할 계획이다. ‘밤 11시’는 조서 열람시간을 포함한 시간이어서 진술한 취지에 맞게 조서가 작성돼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서명 날인하는 절차를 11시 전에 끝내야 한다. 개혁위는 피의자가 동의하더라도 심야조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은 법무부 훈령이 바뀌면 내년부터 수사 현장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사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부에서 일하는 한 검사는 “검찰의 조사에는 연속성이 필요할 때가 있어 시간을 기준으로 끊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일부 피의자는 검찰에 나오거나 포토라인에 서는 상황을 줄이고 싶어 밤 늦게라도 한 번에 조사를 마치고 싶어하기도 한다. 변호사 비용 등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심야조사를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피고소인 ‘죄인 취급’ 않기로=대검찰청은 이날 일반 고소 사건에 휘말린 피고소인에게 고소장 사본을 보내주고 반박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 고소장이 접수된 피고소인을 피의자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하던 관행을 바꿔 혐의가 어느 정도 드러나기 전까지는 고소인과 대등한 지위로 대우하기로 했다. 고소장 접수 사실을 피고소인에게 알려 법률적 대응을 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의 재량에 따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사생활 비밀 노출, 고소인 등의 신체 안전에 위협이 예상되는 사건은 예외다. 또 성폭력 범죄 등 긴급히 수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보 없이 즉시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검찰은 피의자 신문 조서 중심의 기존 조사 방식을 녹음·녹화 후에 쟁점 정리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 등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현일훈·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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