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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하고 싶은 말 모두 쏟아부어”

중앙일보 2017.12.07 01:00
10권 짜리 대하소설 『반야』를 출간한 송은일씨. 오랜 만에 보는 여성작가의 대하소설이다. [연합뉴스]

10권 짜리 대하소설 『반야』를 출간한 송은일씨. 오랜 만에 보는 여성작가의 대하소설이다. [연합뉴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들 같다. 소설가 송은일(53)씨와 출판사 문이당 임성규(66) 대표 얘기다. 얄팍하고(두께가), 가벼워야(내용이) 잘 팔린다는 요즘 소설 출판 1법칙을 무시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을 내놨다. 조선시대 영조 연간을 배경으로 한 200자 원고지 1만5000쪽, 전체 열 권으로 구성된 대하 장편소설 『반야』를 최근 합작해 출간했다.
 
『반야』표지

『반야』표지

송씨는 같은 이름,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다. 같은 문이당 출판사에서. 두 권짜리 『반야』, 2007년의 일이다. 10년 간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덩치를 한껏 키운 대하소설 『반야』 집필 사실을 지난해 가을 문 대표에게 알렸다. 새 원고인 3권을 읽어본 문 대표, 선뜻 받아들여 출판계 ‘사건 아닌 사건’이 성사됐다고 한다.
 
반야는 신통함과 아름다움에 관한 한 따라올 사람이 없는 신비한 무당. 사신계와 만단사라는 두 비밀결사가, 누가 영조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과정에 반야 등이 휩쓸리는 40년간의 소용돌이를 그렸다. 5일 송씨를 만났다.
 
처음부터 열 권 구상이었나.
“두 권짜리 『반야』를 낼 때 하고 싶은 말을 얼추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좀 지나고 나니 하고 싶은 더 많은 이야기가 있더라. 2013년 장편 『매구할매』를 낸 다음에 4500~5000쪽 다섯 권짜리를 쓸 생각이었는데 막상 몇 년 사이 내 안에서 불어난 이야기의 틀거리가 너무 컸다. 책으로 내기는 힘들 테니 쓰고 싶은 대로 쓰자, 작가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소설을 통해 놀 수 있는 대로 놀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자, 마음먹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싶었나.
“살면서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면 안 되는 일들이 있을 텐데, 그런 내용을 담았다.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컸겠다.
“힘들어도 일단 소설 쓰기 시작하면 끝을 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삶이 진행이 안 된다. 계속해서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니까 괴로운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찾았다. 외부활동을 줄이고 혼자 노는 방법을 궁리했다.”
 
배경은 조선이지만 요즘 현실을 빗댄 내용으로도 읽힐 것 같다.
“몸은 21세기에, 의식은 300년 전에 두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두 시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한창 쓰는 중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핵심 인물들이 나쁜 사람들을 만나면 좀 더 잔인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소설 밖 현실이 내 안에 들어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나쁜 사람을 처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등장인물이 몇 명인가.
“아직 나도 세어보지 못했다. 주요 인물만 한 100명, 조연까지 합치면 200명, 엑스트라 정도까지 치면 300, 400명 넘지 않을까 짐작만 해본다. 사람이 많으니 몇 년에 몇 살인지가 제일 헷갈렸다. 작업 노트 20권에 나이를 빨간 글씨로 적어두고 그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상상했다.”
 
요즘 독자들은 긴 소설을 읽기 어려워한다.
“내가 소설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쉬는 방법이 드라마를 보는 건데 24시간 본 적도 있다. 아직 ‘도깨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틱한 요소, 말초적인 장면들이 소설 속에 강렬하게 그려져 있다. 마음 놓고 낯선 세상 구경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다른 어떤 놀이보다 즐거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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