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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내일을 사는 나라’에서 불거진 역차별론

중앙일보 2017.12.07 01:00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올해 KOTC(한국장외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0배 가까이 폭등한 기업이 있다. 아마존 매트리스 부문 판매 1위 지누스(Zinus)다. 외환위기 이후 무너졌던 지누스는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로 미국 시장 점령에 성공했다.
 
스마트스터디가 제작한 2분 가량의 ‘상어가족’ 동요는 2015년 말 유튜브에 처음 공개된 이래, 2년 만에 10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40억 회 이상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의 누적 조회 수 8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두 회사의 성공모델은 글로벌 플랫폼에 기반한 세계 시장 공략이다.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의 플랫폼을 훨씬 더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한국을 ‘내일을 사는 나라’라 칭송한다. 그런 나라에서 ‘역차별론’이 불거졌다. 해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이 오히려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올해는 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기획재정부·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역차별론의 두 축은 조세와 망 사용료다.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 유한회사라 현황 파악이 어렵고 세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국내 기업이 매년 통신사에 수백억원씩 낼 때 글로벌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적은 망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세금은 세금대로, 망 비용은 망 비용대로 내면서 엄격한 규제까지 받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다만, 역차별론의 종착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받는 만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자는 것인지,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지 명확지 않다.
 
조세 문제는 2015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대응 프로젝트를 통해 회원국들이 함께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다.
 
망 사용료 역시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공익적 목표를 지키는 한에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2012년부터 콘텐트 기업이 망 비용을 지불하면서 국내 동영상 서비스 다수가 문을 닫았다.
 
‘허용하는 것 외에는 절대 하지 말라’는 포지티브 규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역차별론은 모든 기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역차별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지만, 다 같이 규제하자는 방향은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성장의 동력과 혁신 의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내일을 사는 나라의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주려면, ‘역차별 TFT’가 아닌 ‘규제 개혁 TFT’가 먼저다.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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