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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문꿀오소리’의 창궐이 걱정스러운 이유

중앙일보 2017.12.07 01:00
정경민 기획조정2담당

정경민 기획조정2담당

“저는 빼주세요.”
 
접촉한 교수와 박사가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중앙일보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과 함께 올해 연중기획으로 연재해온 ‘이슈배틀’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에 돌아온 답이었다. 이번 주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이었다. 2020년이 목표인데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4%나 올라 식당·편의점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까지 감원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이나 식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연봉 4000만원대 대기업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된다는 허점도 수없이 지적됐다. 해서 반대 쪽보다는 찬성 쪽 전문가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섭외에 나서보니 정반대였다. 찬성 쪽 전문가는 줄을 섰는데 반대 논리를 펴줄 전문가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결같이 “반대 입장이긴 하나 대통령의 공약을 대놓고 반박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심지어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나 연구소조차 몸을 사렸다. 한 전문가는 “얼마 전 모 방송사도 대통령 공약인 노동이사제 관련 찬반토론회를 열려다 막판까지 반대 패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더라”고 했다. 결국 6명으로부터 퇴짜를 맞고서 ‘칠고초려’ 끝에 가까스로 반대 전문가를 섭외했다.
 
학자조차 대통령 공약엔 감히 반기 들 엄두를 못 내는 판이니 비판 목소리가 자취를 감추는 건 당연하다. 심지어 요즘 인터넷에선 ‘문꿀오소리’가 창궐하고 있다고 한다. 문꿀오소리는 라텔(ratel) 혹은 꿀먹이오소리라는 족제비과 동물 이름을 패러디한 집단이다. 꿀먹이오소리는 몸집이 오소리와 비슷한데 겁을 상실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사납다고 한다. 맹독성 독사를 주로 잡아먹는데 뱀에 물려 기절해도 깡으로 다시 깨어나 자기를 문 놈을 끝까지 추적해 요절을 낼 정도로 집요하기까지 하다. ‘문꿀오소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자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물어뜯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문꿀오소리는 피아조차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28일엔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통령 지지자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안 지사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적극 보장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닥치고 따라오라는 구조로 하겠다는 건 잘못된 지지운동”이라고 했다. 그러자 “적폐세력”, “친일매국노”란 댓글 폭탄이 쏟아졌다. 최근 법원이 적폐세력으로 몰린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김재철 전 MBC사장 등을 잇따라 석방하자 해당 판사를 향한 문꿀오소리의 공격이 시작됐다. 문꿀오소리의 서슬이 이처럼 시퍼러니 누군들 대통령 공약에 토를 달겠나.
 
정치 세계에서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게 미덕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는 다르다. 내 말은 다 맞고 네 말은 다 틀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정책이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니 최저임금이라도 올려서 벌어진 간격을 좁혀보자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너무 빠른 속도로 올리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아줌마처럼 가장 취약한 일자리부터 사라질 거란 지적도 현실적 근거가 충분하다. 약자를 돕자고 만든 정책이 거꾸로 가장 약한 계층부터 재물로 삼는 ‘선한 정책의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은 선악의 잣대로 봐선 곤란한 까닭이다. 한 편에 성과가 있다면 다른 편엔 부작용이 있다. 어떻게 하면 성과는 최대한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 하느냐를 고심해야 한다. 그러자면 경제정책에서만큼은 비판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꼼꼼히 따져봐야 이를 줄일 대책도 궁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조차 입을 닫게 만드는 ‘닥치고 따라오라’ 식 정책이라면 경인운하, 새만금 간척, 세종시 이전, 4대강 사업 같은 전 정부의 전철을 똑같이 밟게 되지 않을까.
 
정경민 기획조정 2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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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민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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