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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빅토리아 시크릿 쇼, 알고 보자

중앙일보 2017.12.07 00:01
2017년 11월 20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2017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열렸다.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미국·유럽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연합뉴스]

2017년 11월 20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2017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열렸다.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미국·유럽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연합뉴스]

199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막을 올린 이후, 올해로 벌써 23회째를 맞은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기존 란제리 쇼나 패션쇼와 다르다. 흔히 패션쇼는 디자이너가 해당 시즌을 위한 트렌드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코스튬 룩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들은 트렌디 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쇼만의 특징을 알고 봐야 더 재미있다는 얘기다. 대체 뭘 어떻게 봐야 할까?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누가 판타지 브라를 입을 것인가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모델, 바로 ‘엔젤’이다. 지금 지구 상에서 가장 핫한 모델 수십 명이 무대에 등장한다. 올해 역시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안방마님인 아드리아나 리마를 비롯해 총 55명의 엔젤이 무대 위에 섰다. 상하이에서 열린 만큼 중국인 모델 6명도 무대에 올랐다.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오른 엔젤을 잘 살펴보면 기존 하이패션 모델과는 워킹이나 표정이 다르다. 워킹은 발랄하고 표정은 시크하기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짓도록 요구받는다. 2016년 쇼에서 미국 모델 벨라 하디드가 하이패션 모델처럼 시크한 표정을 지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깡마른 모델보다는 어느 정도 볼륨감이 있는 글래머러스한 모델이 많다.
엔젤의 핵심은 윙(wing·날개)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화려함은 모두 이 날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날개를 가질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여러번 선 몇몇 톱 모델만이 윙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다. 2016년에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 단 2회 만에 날개를 받은 모델 캔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가 특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판타지 브라를 입고 등장한 모델 라이스 헤베이루.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

판타지 브라를 입고 등장한 모델 라이스 헤베이루.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

하지만 이 날개보다 더 중요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판타지 브라다. 그 해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주인공을 결정짓는 것이 이 브라다. 2017년은 브라질 모델 라이스 히베이루가 200만 달러(약 22억원)에 달하는 판타지 브라를 입고 등장했다. 제작 시간만 약 350시간, 약 6000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 및 사파이어와 토파즈 등으로 장식된 판타지 브라는 흡사 왕관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모든 매체의 인터뷰가 이 왕관을 가진 엔젤에게 집중된다.
 
올해는 발맹 디렉터, 스타일링도 볼만해
완벽한 몸매의 모델이 속옷만 입고 런웨이를 활보한다고 해서 눈요기 정도로 소비하기엔 뜯어볼수록 아깝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스타일링 때문에 그렇다.
보통 란제리 쇼는 브래지어와 팬티라는 한정된 아이템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스타일링이 어렵다고 한다. 에스모드 란제리 전공 허미혜 교수는 “완벽한 액세서리에 날개를 더하고 란제리 자체도 겉옷 못지않은 화려한 착장으로 선보이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스타일링이 늘 놀랍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서도 올해 유난히 빅토리아 시크릿의 무대 의상과 스타일링이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바로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 과의 협업 덕택이다.
루스테잉은 펑크룩 연출의 대가다. 스터드 장식과 프린지, 망사 등의 화려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믹스 매치하는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전면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이 된 브래지어와 팬티는 물론, 이를 스타일링 하기 위해 매치한 안전핀이 달린 재킷과 핫팬츠, 그라피티 디자인의 티셔츠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근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속옷을 속에만 입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도록 입는 트렌드 말이다. 슬립 드레스나, 브래지어가 비치도록 입는 시스루 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속옷을 겉옷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에스모드 허교수는 “소재나 컬러를 참고하는 것 외에도 이번 쇼는 스타일링 노하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보디 수트나 캐미솔 드레스에 짧은 스터드 장식의 재킷을 걸치는 방식이나 브래지어가 살짝 보이도록 앞이 파인 끈 드레스를 그 위에 덧입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연말 특집 쇼
이 모든 것을 떠나,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그 자체로 스팩터클한 볼거리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실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분석할 필요 없이 그저 감상하면 된다. 화려한 속옷을 입을 일이 없는 사람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그런 쇼다. 패션쇼지만, ‘패션’보다는 ‘쇼’에 더 방점을 찍은 엔터테인먼트 콘텐트에 가깝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매년 미국 공중파 방송국인 CBS에서 녹화 중계 되는 이유다.
축하 공연도 특별하다. 2016년엔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 올랐고 올해는 영국의 아이돌인 해리 스타일스가 공연을 했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꿈의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라이브 광고이자 란제리 패션쇼라는 이름의 연말 특집 쇼”라는 것이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 동시 시청자가 지난해 8억명, 올해는 10억명"이라며 "이 어마어마한 관람객만 봐도 트렌드를 제시하는 단순한 이벤트나 쇼를 넘어선 독립적인 엔터테인먼트로써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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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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