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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등에 업은 '슈퍼 말라리아'가 인류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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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부장) kang.chansu@joongang.co.kr

온난화 등에 업은 '슈퍼 말라리아'가 인류를 위협한다

중앙일보 2017.12.02 05:00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중앙포토]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중앙포토]

말라리아(Malaria)
지난 9월 이탈리아에서는 소피아 자고라는 이름의 네 살 여자아이가 말라리아로 숨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기후가 서늘한 알프스 산맥 자락의 도시 트렌토에 살던 아이는 베네치아에서 여름을 보냈을 뿐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가 많은 지역을 다녀오지도 않았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말라리아모기가 북상한 탓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달 의학전문지인 ‘란셋’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조사 결과를 인용, 베트남 등 동남아 메콩 강 지역에서 2014~2015년 디하이드로아르테미시닌-피페라퀸(DP)으로 치료해도 듣지 않는 말라리아 환자가 26~4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이 DP 내성 말라리아를 두고 ‘슈퍼 말라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말라리아가 또다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 매년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말라리아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가 싶었는데, 최근 새로운 복병 ‘슈퍼 말라리아’가 지구온난화를 등에 업고 등장했다.
슈퍼 말라리아와 온난화의 협공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착 생활과 함께 시작된 고통
33세로 요절한 알렉산더 대왕. 말라리아 혹은 장티푸스로 사망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33세로 요절한 알렉산더 대왕. 말라리아 혹은 장티푸스로 사망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기원전 323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알렉산더 대왕.
대왕의 죽음이 말라리아 탓인지, 장티푸스 탓인지, 아니면 독살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당시 지중해 연안에 말라리아가 창궐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인 말라리아는 1만 년 전 농업의 시작과 더불어 정착생활을 하게 된 인류를 괴롭혔다.
말라리아란 말은 중세 이탈리아어 mala aria에서 온 말이다. ‘나쁜 공기(bad air)’란 뜻이다. 전염되는 병이란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던 때 붙인 이름이다.
말라리아모기 암컷이 사람을 물면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플라스모디움(Plasmodium) 속(屬)의 원충(단세포 동물)이 사람의 혈관으로 들어온다.
원충은 혈관을 타고 사람의 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자라 번식하고, 병을 일으킨다.
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사. 1. 모기가 사람을 물면 원충이 인체로 들어온다. 2. 사람의 간에서 번식한다. 3. 사람의 적혈구를 공격한다. 4. 원충이 암수 포자로 분화된다. 5.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게 되면 원충이 모기의 체내로 들어간다. 6. 모기 체 내에서 원충이 번식한다. [자료 미국 국립보건원(NIH)]

말라리아 원충의 생활사. 1. 모기가 사람을 물면 원충이 인체로 들어온다. 2. 사람의 간에서 번식한다. 3. 사람의 적혈구를 공격한다. 4. 원충이 암수 포자로 분화된다. 5.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게 되면 원충이 모기의 체내로 들어간다. 6. 모기 체 내에서 원충이 번식한다. [자료 미국 국립보건원(NIH)]

모기의 장 내에 있는 말라리아 원충. 모기가 피를 빨때 사람의 몸으로 옮겨 온다. [중앙포토]

모기의 장 내에 있는 말라리아 원충. 모기가 피를 빨때 사람의 몸으로 옮겨 온다. [중앙포토]

말라리아는 특유의 열과 두통 증세를 일으키고 병세가 심한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말라리아의 종류에는 삼일열·열대열·사일열 말라리아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열대열 말라리아와 삼일열 말라리아가 차지한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얼룩날개모기(Anopheles) 속(屬)에 속한다.
얼룩날개모기 속에는 460종 정도가 있고, 이 가운데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은 30~40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기가 아노펠리스 감비애(Anopheles gambiae)다.

메콩 강 유역에 등장한 슈퍼 말라리아

태국·라오스·미얀마가 만나는 메콩강 골든 트라이앵글. [중앙포토]

태국·라오스·미얀마가 만나는 메콩강 골든 트라이앵글. [중앙포토]

2008년 캄보디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 DP 내성 말라리아가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갈 경우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지난달 24일 뉴욕타임즈도 국제 뉴스 톱기사로 이 문제를 다뤘다.
이처럼 국제 사회가 긴장하는 것은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에 내성을 가진 원충이 나타났고, 1960년대에는 당시로써는 새로운 치료제인 설파독신 피리메타민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원충도 나타났다.

이들 내성 원충들은 캄보디아·라오스·태국 국경지대에서 처음 등장했고,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퍼지면서 큰 피해를 낳았다.
국제 사회가 술렁이자 WHO는 진화에 나섰다. DP를 아르테수네이트-메플로퀸으로 대체하거나 아르테미시닌 등의 복합처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WHO는 강조했다.
하지만 이 내성 말라리아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나, 세계 다른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내성 말라리아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은 WHO도 부인하지 못했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 피를 더 빨기 위해 걸러낸 피를 내보낸다. [중앙포토]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 피를 더 빨기 위해 걸러낸 피를 내보낸다. [중앙포토]

WHO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에서 매년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려 100만 명 안팎의 사람이 숨졌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각국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노력한 덕분에 연간 사망자 수가 절반 이하인 44만 명 정도로 줄었다.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방법 가운데 첫째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모기가 자랄만한 물웅덩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또 살충제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해로운 DDT를 세계적으로 전면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 것도 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과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말라리아가 흔했지만 1940년대 이후 DDT 등 살충제가 보급되면서 발병지역이 1970년대에는 열대·아열대 지방으로 줄어들었다.
살충제 대신에 미국·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모기 유전자를 변형시켜 번식 능력이 없는 수컷을 만들어 방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알을 낳지 못 하게 하는 세균에 감염시키는 방법도 개발됐는데,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이를 자연계에 방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수컷 모기를 볼바키아라는 세균에 감염시켜 자연계에 방사하면, 암컷이 수컷과 교미해 알을 낳더라도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균의 공격에도 살아남는 모기가 있을 수 있고, 이런 저항력이 자연계에 퍼지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2010년 8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말라리아의 공포 속에서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한 ` 아프리카의 밤 `행사에 모기장 수십개가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0년 8월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말라리아의 공포 속에서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한 ` 아프리카의 밤 `행사에 모기장 수십개가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포토]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모기장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모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도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모기장 보급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말라리아 백신은 아직도 개발 중

말라리아 원충의 현미경 사진. 사진 아래쪽 막대는 20마이크로미터 길이를 나타낸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mm다. [중앙포토]

말라리아 원충의 현미경 사진. 사진 아래쪽 막대는 20마이크로미터 길이를 나타낸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mm다. [중앙포토]

모기에 물리더라도 예방약이나 치료약만 좋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현재 예방을 위해서는 말라리아 발생국에 입국하기 2주일 전부터 약을 먹어야 하고, 돌아온 다음까지도 여러 차례 약을 먹도록 보건당국에서는 권하고 있다. 먹는 약으로는 퀴닌이나 클로로퀸, 피페라퀸, 아르테미시닌 등이 있다.
문제는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내성 원충의 등장이다.
최근 메콩 강 일대에서 등장한 내성 원충에 대해 ‘슈퍼 말라리아’라고 부르는 것도 과거의 사례에서 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슈퍼 말라리아'가 확산하고, 대체 치료약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열대지방을 여행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리더라도 국내에 들어와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열대지방까지 가지 않더라도 온대 지방 집에서도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는 의미다.
말라리아 균이 침입 이후 손상된 적혈구 모습 [중앙포토]

말라리아 균이 침입 이후 손상된 적혈구 모습 [중앙포토]

각국에서는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백신이 나오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 같으면 백신을 만들기가 비교적 쉽겠지만, 말라리아는 바이러스가 아닌 원충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원충은 5000개가 넘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바이러스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느 유전자나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아서 백신을 만들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발병 지역 확대
2012년 국가별 말라리아 발생 분포.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인구 100만명당 1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노란색은 환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곳, 회색으로 표시된 나라는 관련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국가다. [자료 세계보건기구]

2012년 국가별 말라리아 발생 분포.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인구 100만명당 1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노란색은 환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곳, 회색으로 표시된 나라는 관련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국가다. [자료 세계보건기구]

최근에는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 탓에 더 넓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말라리아모기들의 서식공간이 더 북쪽으로, 고도가 더 높은 지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폴 엡스타인과 댄 퍼브는 그의 책에서 기후변화가 모기의 서식처를 넓혀 더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곤충들처럼 모기 또한 냉온 동물이어서, 날씨가 너무 추우면 유충이 자랄 수 없다. 말라리아를 가장 잘 옮기는 아노펠리스 감비애는 16도 이하에서는 번식하지 못한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다른 두 아노펠리스모기도 이 지역에서는 18도 밑으로 내려가면 활동을 멈춘다. 하지만 35도에서 40도 정도까지는 날이 따뜻해질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져, 암컷 모기는 피를 더 자주 빨고 더 빨리 소화한다. (중략)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날씨라면, 기온이 높을수록 더 많은 모기가 활동하는 것이다.-폴 엡스타인, 댄 퍼브,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케냐 서부 고원지대나 에티오피아 고원, 인도네시아와 뉴기니 산악 지역 등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말라리아가 퍼지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주변 낮은 지역 사람들과는 달리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과거 1990년대 통계를 보면 고원지대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세계적으로 1240만 건 정도로 전체 환자의 2.5%에 불과했지만, 사망자 수는 연간 15만 명으로 전체의 12~25%를 차지했다.
지구온난화와 슈퍼 말라리아가 협공한다면 인류는 심각한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말라리아 안전지대 아니다
1990년대 말 서울 서초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연막소독차량 등을 동원해 반포본동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1990년대 말 서울 서초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연막소독차량 등을 동원해 반포본동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말라리아라고 하면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계속 발생하는 병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웹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 2000년 4000명 수준이었으며, 2001년에는 2556명, 2010년에도 1772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해외여행에서 감염된 사례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다.
주로 휴전선 부근에서 삼일열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방역이 허술한 북한지역에서 말라리아모기가 창궐한 탓이다.
북한의 말라리아모기가 비무장지대(DMZ)까지 내려와 번식하는 바람에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나 민통선 인근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결국 말라리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북한에 대해 방역 지원사업을 추진했고, 덕분에 2011년에는 826명으로, 2012년에는 542명, 2013년 445명까지 환자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5월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개성으로 가기위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2011년 5월 경기도와 인천시가 마련한 말라리아 예방 약품과 모기장등을 실은 트럭이 개성으로 가기위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중앙포토]

하지만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사업도 중단됐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수도  2014년 638명, 2015년 699명으로 다시 늘었고, 지난해에야 673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도 11월 말까지 전국 말라리아 환자는 모두 5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7명보다는 22% 정도 줄었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자료; 질병관리본부]

북한의 변수가 중요하지만,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내 지역별로 일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최대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난화로 인해 실제 한반도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말라리아 발생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보건당국에서는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4~10월 사이 야간에는 야외 활동을 가능한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북한 때문이든, 지구온난화 때문이든 한국도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하지는 않다.
정부나 지자체, 보건당국의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해외여행객들 역시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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